[고현희 더봄] 대화의 시작을 '너'에서 '나'로 바꿔보라
[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너를 주어로 하는 비난과 판단의 말 대신 나를 주어로 하여 느낌과 바람을 말하라
“당신은 일밖에 몰라, 가족을 하나도 생각을 안 해“라는 말을 하는 아내는 자신의 말이 판단의 말이라는 것을 알까요?
”당신은 애들하고 싸우려고만 해. 쌈닭이야? 그러면서 애들한테 맨날 지기나 하고···“라고 말하는 남편은 자신의 말이 비난의 말이며 판단의 말이라는 것을 알까요? 습관이 되어 나오는 비난과 판단의 말은 주어가 대부분 ‘너’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너’로 시작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너’로 시작하는 말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말로 이어지기보다는 비난하고 판단하는 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너는 고집쟁이야!“
”네가 그렇지 뭐···.“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너는 그렇게밖에 못해!“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 화나고, 위축되고, 변명하려고 하고, 땅으로 꺼질 듯 답답할 것입니다. 공감대화에서는 ‘너’로 시작하는 말을 멈추라고 합니다. 첫 단어를 ‘너’가 아닌 것으로 선택하는 것은 말의 습관 때문에 무척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나’로 말을 시작해야 합니다. 비난과 판단의 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나’로 시작하는 말을 한다면 아래와 같이 공감대화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나는 네가 고집쟁이라고 생각돼서 화가 나!"
"나는 네가 한 것을 보니 답답해."
"나는 지금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나는 네가 다르게 하길 기대했는데 그렇게 한 것을 보니 짜증나!"
‘나’로 시작한 공감대화를 들은 상대는 비난과 판단의 말을 들었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화가 나거나 위축되기보다 설명하고 대화하며 소통과 이해를 위하여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대화의 방향이 긍정으로 향한다면 후회되는 대화를 할 확률은 줄어들 것입니다.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남편에게 말을 못 하고 참기만 하다 병이 생긴 아내가 말했습니다.
”당신 때문이야! 내가 당신을 믿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은 일만 중요하지? 나와 가족은 안 중요하지? 주말에는 종일 집에만 박혀 있고···.“
남편은 짜증난 목소리로, ”다 나 때문이야?“라고 했습니다. 이 때, 아내에게 ‘나’로 문장을 시작하면서 바라는 것을 말하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조금 머뭇거렸지만 아내는 정확히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와 가족에게 신경을 더 써주길 바란다구!“
이번에는 바라는 것과 연결된 느낌을 함께 말하라고 하자,
”나는 당신이 나와 가족에게 시간을 더 할애하길 바란다구! 안 그러니까 화가 나. 그래서 내가 아픈 거라고. 그래서 나는 진짜 힘들다고···“라고 하며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남편의 반응도 바뀌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그 후 부부에게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그 순간의 느낌을 말하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쉽게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변화됩니다. 비난과 판단의 말을 바람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으로 바꾼다면 행복하고 편안한 날을 늘어날 것입니다.
한글로 된 외국어처럼 생각되는 공감대화는 어색합니다. 어색함을 넘어서 말을 해보면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이 튼튼한 기단이 되어 변화를 받쳐줄 것입니다. 말하기 전에 느낌을, 바람을 생각하고 소리 내보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