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여름 휴가, 섬으로 가면 좋은 이유···추천 여행지는?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천사의 섬' 신안군 섬이 1004개나 돼 연륙교로 연결돼 승용차로 여행 가능 박지도와 반월도는 보랏빛 테마파크 여름 휴가 즐기면서 귀어 귀촌 탐색도
여름이다. 눅눅한 장마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서 외출하기가 꺼려지기는 하지만 멀리 며칠 나들이 가기에는 여름이 좋다. 해가 뜨거워도 좋고 비를 맞아도 좋다. 느릿느릿 가다가 해를 피하고 비를 피하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나를 맞는다.
아무 데나 주저앉아도 좋다. 눈에 보이는 작은 가게에서 하드 하나를 사서 까먹는다. 꽁다리를 따서 쭉쭉 빨아먹는 기다란 얼음과자도 좋다. 우리 아이도 여름을 좋아한다. 아이가 어릴 적 내게 한 말이 기억난다.
“아빠. 난 여름이 좋아. 여름방학은 여름에만 있잖아.”
여름에는 섬 여행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섬 여행을 즐길만한 곳은 서해와 남해에 즐비하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로 이어지는 서해안의 섬들은 아기자기하다. 천사의 섬 신안군을 거쳐 남해로 길을 꺾으면 또 다른 맛의 섬들이 있다. 진도군과 남해군, 거제시는 섬으로 이루어진 군(郡)이다. 동해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성지처럼 우뚝 서 있다.
섬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귀어 귀촌은 전라남도가 가장 활발하다. 그만큼 섬이 많다. 올여름 휴가를 귀어 귀촌을 알아보는 섬 여행으로 보낼 것을 추천한다.
목포와 신안군 지역은 자연으로 가득 찬 섬들과 마을을 담고 있어서, 섬 여행과 귀어 귀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목포의 달리도와 외달도는 목포 사람들이 좋아한다. 목포에서 배를 타면 십여 분이면 건너갈 정도로 가깝다. 무척 자그마한 섬이다.
슬슬 걸어가면 달리도는 1시간, 외달도는 3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다. 외달도에는 워터파크 같은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달리도는 섬 내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깨끗한 바다와 청량한 공기로 가득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신안군은 섬이 1004개여서 ‘천사의 섬’이라 불러 달란다. 신안의 섬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겠다. 압해도, 임자도, 증도, 자은도,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 하의도, 안좌도, 홍도, 가거도, 만재도, 장도, 하태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섬이다.
유명한만큼 놀기 좋고 살기 좋다. 모든 섬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자연환경이 아름답다. 연륙교로 연결된 신안군의 섬들은 승용차로 운전하며 여행할 수 있다. 섬마다 민박과 펜션이 있고 리조트를 갖춘 곳도 있어서 숙박 걱정은 없다. 해변에는 해수욕장이 있고 전망이 좋은 카페도 많다.
섬 전체가 온통 보랏빛이라 퍼플 아일랜드라 불리는 박지도와 반월도는 보랏빛의 테마파크이다. 지붕, 벽, 도로, 자동차가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고 식당의 그릇도 보라색이다. 섬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육해공 모두를 망라한다. 싱싱한 회는 말할 것도 없고 인심도 후하다.
예전에 필자가 어느 섬을 방문하여 하룻밤 지낸 적이 있다. 새벽에 산책하다가 마을 노인이 지나가길래 넙죽 인사를 했다. 그 노인은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주섬주섬 하나를 챙겨서 내게 건네주었다. 새벽녘이라 그게 무언지 자세히 봤더니 커다란 광어였다. 인사만 잘해도 광어가 생기는 곳이 섬이다.
신안군은 귀어 귀촌을 하기에 적합하다. 섬이니까 당연히 수산물이 좋다. 임자도의 민어와 증도의 소금이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농업도 꽤 큰 규모로 이루어진다. 어지간한 농산물은 모두 재배가 된다. 비금도의 시금치는 명품으로 쳐준다.
무엇보다 섬 생활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우리가 귀농이나 귀산, 귀어를 생각해 보는 이유는 도시의 삶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 불편한 만큼 해롭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면 섬 생활이 제격이다.
물론 섬 생활은 불편하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점차 많이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 섬을 나가려면 반드시 배를 타야 한다.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어도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야 한다. 택배로 주문해도 섬은 육지보다 며칠은 더 걸린다.
섬이라는 하나의 울타리에만 사람들이 몰려 살다 보니 특유의 고립 문화가 있다. 외지인을 상당히 경계한다. 강한 경계심이 텃세로 보이기도 한다. 육지에서는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이의 경쟁 현상이 섬에서는 섬끼리의 경쟁으로 나타난다. 섬마다 학교가 있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큰 섬에 학교가 자리를 잡는다.
해마다 열리는 학교 운동회는 학급 간의 경쟁이 아니라 섬 간의 경쟁이 된다고 한다. 섬 단위로 학생들과 주민들이 팀을 짜서 달리기도 하고 줄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만일 줄다리기를 지면 그 섬사람들은 일년내내 줄다리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적어져 학교가 없어질 판이라서 옛 추억으로 남았다.
신안군에서 여름철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해산물은 민어가 대표적이다. 민어는 무척 크다. 그리고 맛있다. 모든 부위를 요리로 먹기 때문에 버릴 게 없다고 한다. 민어 부레는 씹는 맛이 좋다. 최근에는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보다 민어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워낙 저렴하여 모든 백성이 즐길 수 있어서 민(民)어였다는데 지금은 값이 좀 나간다. 그래도 신안군에 가면 도시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자반민어를 구입해서 집에서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우면 지방이 많은 민어 특유의 기름기와 바삭한 껍질의 조화가 일품이다. 민어를 구워본 적이 없다면 꼭 한번 시도해 보시라. 섬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기보다 민어구이를 해 드시길 추천한다.
귀어 귀촌 제도는 귀농귀촌 제도와 거의 비슷하다. 귀어 귀촌 종합센터(https://www.sealife.go.kr/)에 가면 지원제도와 다양한 귀어 귀촌 사례를 얻을 수 있다. 귀어 창업을 위한 3억원의 대출 지원과 주택 구입 7500만원 대출 지원 사업이 있다. 신청 자격은 귀어에 대한 조건을 갖추고 귀어 교육 35시간 이상 수료하면 가능하다.
청년 귀어인의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위하여 1년 차에 월 110만원, 2년 차 월 100만원, 3년 차 월 90만원을 지원해 주는 청년 어촌 정착지원사업도 있으니 만 40세 미만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그 외에 귀어인의 집 운영이라든가 귀어 학교는 귀어 귀촌을 위하여 요긴한 제도이다.
목포 달리도 출신 김석주 씨(55)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지만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시간 나는 대로 고향 섬을 찾는다. 서울에서는 사업체의 대표로 살지만 섬에서는 김씨네 큰아들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어릴 적 다니던 길을 걷고 어릴 적 먹던 음식을 먹고 어릴 적 늘 뵙던 어르신을 만나 인사하고, 틈만 나면 불러서 일을 도와달라는 윗마을 누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한없이 행복하다는 그가 부럽다. 섬으로 귀어하면 섬 하나가 모두 내 집이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