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아랑곳없는 ‘日 관광 러시’···초 엔저 부채질

미·일 통화정책 차→금리 차 기인 달러/엔 144엔 원/엔은 897원대 싼 엔화에 日 여행 한국인 51만 “엔 공급→엔저 심화→韓 수출↓”

2023-07-05     최주연 기자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일본 본토에서 통화량이 폭증(통화 공급)하면서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사진은 일본 나리타국제공항 입국자 게이트 주변이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객으로 붐비는 모습. /연합뉴스

엔화 값이 끝없이 떨어진다. (엔/달러 환율 상승) 싼 엔화에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으로 모이고 있다. 세계 각국 화폐가 엔화로 환전돼 일본 백화점, 숙박업소, 테마공원 등에서 쓰인다. 일본 본토에서 통화량이 폭증(통화 공급)하면서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자꾸만 하락하는 엔화에 관광객은 또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이처럼 일본은행이 손쓰지 않더라도 일본 통화는 확장 국면에 있다. 일본은행마저 완화 기조를 지속하니 엔/달러 환율은 오를 수 없는 구조에 갇혔다. 원/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수출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으로 여행 많이 가서 엔화를 많이 사주면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엔화 가치를 더 떨어뜨린다. 상대적으로 원화는 더 비싸지고 수출 경쟁력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5일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 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 여행객 증가와 수출 악순환과 관련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일 간 경쟁 산업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29원(하나은행 고시, 오후 3시 30분 기준)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900.92원에 시작해 900원대를 기점으로 움직이다가 800원대로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기준으로 800원대 기록은 2015년 6월 5일 이후 8년여 만이다.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에 기인한다. 미국이 긴축을 유지하면서 강달러가 지속하는 반면 일본의 굽히지 않는 완화 기조가 두 나라 간 화폐 가치, 금리 차 등을 벌려 엔화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44.67엔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고시, 오후 4시 12분)엔/달러 환율은 145엔을 목표로 탈환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작년 11월 이후 장중 145엔을 재탈환했다.

엔/달러 환율은 145엔을 목표로 탈환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작년 11월 이후 장중 145엔을 재탈환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여행객 증가는 초엔저에 또다시 불을 붙이는 꼴이다. 외국인이 엔화 통화량 증가→엔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것이다. 한국인이 초엔저 선봉에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5월 ‘국민 해외관광객’은 전년 동월(31만5945명) 대비 432.7% 증가한 168만3022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같은 달 일본으로 출국한 한국인은 51만5700명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나간 한국인 중 1/3이 일본으로 향했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는 증가세에 있다. 일본 정부 관광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전달보다 10.4% 늘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189만8900명이었다. 관광 외국인의 넷 중 하나가 한국인이었던 셈이다.

정리하자면 ‘엔저→일 관광 러시(엔 공급↑)→엔저 심화→수출↓→초엔저→일 관광 러시→초엔저→수출↓’의 악순환 고리에 갇히게 된다. 싼 엔화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한국 수출은 경쟁력에서 밀린다. 같은 물건이라도 더 비싸게 팔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지금의 원화 대비 엔화 값 떨어지는 것은 한국 경제 회복이나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보다는 엔화가 달러화 대비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게 원/엔 환율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모든 게 강달러에서 기인한다”면서 “연말 미국은 완화, 일본은 긴축으로 전환되면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엔/달러 환율이 132엔까지 떨어진다(엔화 가치 상승)는 전망도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전망은 대부분 틀려왔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