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 더봄] 200년 역사의 새 나라, 호주와 뉴질랜드

[강정영의 부국강병] 계급사회 타파, 평등사회를 이루겠다는 이념으로 기술자 농민 근로자가 대접받는 남반구의 북유럽

2023-07-10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캥거루의 나라 호주,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 그들은 2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진 싱싱하고 신선한 나라들이다. /픽사베이

캥거루의 나라 호주,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 그들은 2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진 싱싱하고 신선한 나라들이다. 유럽의 고리타분한 전통과 계급, 올가미 같은 과거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신천지를 개척했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새로운 질서와 공평한 사회'를 새 땅에 뿌리 내렸다. 과거와 단절한 탓에, 앞만 보고 달리며 사람 사는데 가장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

이들과 달리, 아시아에는 유독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들이 있다. 중국, 한국 등등 예사로 5000년 역사를 국호 앞에 붙인다. 그 때문에 위의 두 나라보다 살기 좋은 나라일까.  

그 역사와 전통에는 계급사회가 지배했고, 사농공상 등 타고난 신분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눈만 뜨면 정의·공정·평등을 외치지만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일 뿐, 조폭들의 이권 카르텔처럼 끼리끼리 해 먹고, 내로남불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도려내야 할 썩은 곳이 아직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유럽의 고리타분한 전통과 계급사회를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뿌리내린 호주와 뉴질랜드 /픽사베이

이 두 나라를 조금이라도 따라가보자. 체면문화로 쓸데없는 신경 안 써도 되고, 노력한 대가만큼 받고, 공정함이 상식인 사회라면 살만한 나라일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호주는 알고 있는 대로 18세기 말 영국 죄수들의 유배지로 시작하였다. 두 나라는 1800년대 초 본격적인 유럽 이민이 시작되어서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인들이 만든 나라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호주가 한국의 두 배가 넘고, 뉴질랜드는 1.5배 정도 높다.

종교는 기독교가 주류다. 수개월이 걸리는 거친 항해로 많은 사람이 항해 중에 죽었다. 도착하여 불모의 땅을 개척하면서 오직 땀과 모험으로 새 나라를 만든 탓에 허례허식이 일절 없고, 국민성이 매우 실용적이다.

재능 있는 기술자, 건강한 농민, 근면한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다. 유럽의 계층사회와 단절하였기에, 중국의 지배계급, 한국의 양반계급, 일본의 사무라이처럼 특권을 가지고 우월한 지위를 주장할 계층이 원천적으로 없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호주가 한국의 두 배가 넘고, 뉴질랜드는 1.5배 정도 높다.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하우스 /픽사베이

그들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간단히 요약해보자.

그들은 격식을 무척 싫어한다. 대표적인 예로 상사에게 존칭을 쓰지 않아도 된다. 호주에는 '키 큰 양귀비 증후군(Tall poppy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부자, 성공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이다. 키가 너무 큰 양귀비는 잘라내야 한다는 경멸이 담긴 용어다. 

이민을 와서 거친 땅을 땀 흘려서 개척한 탓에 부자에 대한 원초적인 반감이 있다. 누가 만약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은연중 과시한다면 관심도 없을뿐더러 우스운 사람 취급을 받는다. 뉴질랜드에서는 시골에서 목축하는 농부가 최고 부자들이다. 청소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스쿨버스 기사가 대학 총장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다. 초기에 정착한 영국과 아일랜드인에 추가하여 2차 대전 후 유입된 유럽인, 중국과 인도 등 동양인, 소수의 아프리카인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또 지구상 가장 관대하고 개방된 나라다. 그 하나의 예가 동성애에 대한 찬성률이 60% 넘어간다. 이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국처럼 역사와 전통에 바탕을 둔 뿌리 깊은 편견은 없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사회문화적 특징으로 기술자·농민·근로자가 대접받는 평등사회, 겉치레가 없는 검소하고 실용적인 국민성을 들 수 있다. 뉴질랜드 애로우타운의 가게 /픽사베이

주지사나 의회 의원들 사무실이 5평 미만이고 매우 검소하다. 한국의 고위직처럼 비서가 가방을 들고 뒤따르지 않는다. 공짜 밥을 얻어먹고 부정부패에 조금이라도 연루되면 그의 정치 인생은 그날로 끝이다. 부패에 연루된 여의도 정치인들처럼 끝까지 자신의 죄를 숨기고 뻔뻔하게 변명하는 자들은 저런 나라에서는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사람들을 은근히 옥죄고 있는 전통과 인습의 굴레부터 집어던져야 새로운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람 살기에 바람직한 제도와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과거를 싹 다 갈아엎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모범 사례를 배우고 싶다면, 이 두 나라를 연구하면 답이 나온다.

호주와 뉴질랜드, 풍요하고 아름다운 나라들이다. 그 때 묻지 않은 자연만큼 깨끗하고 사람 살기 좋은 나라다. 뉴질랜드 테카포 호수 /픽사베이

호주와 뉴질랜드, 풍요하고 아름다운 나라들이다. 그 때 묻지 않은 자연만큼 깨끗하고 사람 살기 좋은 나라다. 이 땅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젊은 청춘들이라면 그곳으로 이민을 가보면 어떨까. 언제 한번 방문하여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고 사회적인 약자와 어쩌다 실패한 사람도 살아가는 데 걱정이 없는 나라, 남반구의 북유럽을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