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사망자 500만명···남은 묫자리 250만개·화장시설 63개뿐

향후 2~3년 매년 사망자 40만 명대 진입 장사시설 확충 미흡···예산 격차 문제까지

2023-06-30     김현우 기자
지난 2021년 당시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았던 멕시코 묘지에 새로 조성된 묫자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자 수가 500만명을 웃도는 가운데 장사 시설은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위한 묫자리는 이달 1일 기준 약 250만 곳이고, 화장 시설도 전국에는 63개뿐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사 시설 대책 부서에 배정된 예산은 기타 노인 예산 대비 현저히 적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여성경제신문이 통계청 사망자 통계와 전국 장사 시설 현황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달 1일 기준 개인 매장 장소(선산 등)를 제외한 안치 가능한 묫자리는 250만 2054곳이다. 화장 시설은 63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사망자 추이는 지난 2002년부터 2022년까지 20년간 증가세다. 2002년에는 24만7524명이 사망했고, 2022년에는 37만2800명이 사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년 동안 총 571만5365명이 세상을 떠났다.

현재 남은 묫자리가 250만여 곳인 것을 염두에 두면, 지난 추이로 볼 때 약 250만명이 추가로 사망하기까지 10여 년이 남은 상황이다. 아직 국내에 선호하는 장례법으로 매장을 선택한 인구가 전체의 9%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묘지 증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화장 시설 또한 지역 내 반발 등으로 증설이 쉽지 않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90%에 달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선호 장례법은 화장이다.

화장률은 지난 2005년(52.6%) 매장률을 앞선 이후 매년 약 2~3%씩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화장률이 89%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승했고, 이러한 증가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3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모두 90%를 넘겼다.

그간 장사 시설의 확충 및 기존 시설들에 대한 재구성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제대로 마련한 곳은 거의 없어 유가족의 불편이 잦은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장사 시설 확충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 간의 갈등이 심해 설치의 어려움이 있고, 노후한 화장 시설 문제도 함께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별 균형 있는 장사 시설을 공급하기 위해 장사 시설 수급 종합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마저도 보건복지부에 배정된 예산이 현저히 적어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부 노인 지원과가 장사 정책을 다루고 있지만, 해당 과는 노인 정책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상조업계 전문가는 "장사 정책에 비해 노인 정책과 관련한 예산이 훨씬 더 많다. 늘어나는 사망자 추이에 맞춰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뒷전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노인 관련 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보면 소외 계층 발굴, 저출산 고령 대응, 노인 일자리, 노인 단체 지원에만 총 1조6310억원이다. 장사 시설 관련은 520억원만 배정됐다. 장례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유권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노인 정책을 경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인 정책에만 무게를 싣다 보니 정작 장사 정책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국내 사망자 추이는 2~3년 후 매년 40만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상조 장례 업계는 장사 정책의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점이 현재 국내 고령화 추세를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