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의 현대그룹 지키기···인적 분할로 쉰들러 적대적 M&A 방어
지주사명 현대홀딩스컴퍼니 상표 출원 현대엘리베이터 사업회사로 전환 예정
현대그룹이 20년째 이어지는 쉰들러홀딩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서 지배구조 전환을 추진한다. 우선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누는 인적 분할 방식이 유력하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네트워크의 인적 분할을 진행하면서 존속회사의 상호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주사명은 '현대홀딩스컴퍼니'로 관련 상표도 이미 출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월 자사주 172만 2806주, 499억8328만원 어치를 소각했다. 동시에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신탁 계약이란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증권사와 신탁 계약을 통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사회 의결 및 신고서 제출 등을 거쳐야 하는 직접 매입 대비 절차가 간소하다.
현대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현대네트워크가 있다. 경영 자문과 컨설팅업을 영위하는 비상장 회사로 현정은 회장과 자녀들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다만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라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번 인적 분할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동안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사업회사로 떨어져 나가고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지주회사가 되는 과정에서 현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자기주식은 상법 제369조 제2항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 이사회로 귀속되면서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살아난다. 지주회사는 자기주식 보유 비율만큼 지배력을 손쉽게 갖게 된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현대엘리베이터 단일 최대 주주는 다국적 승강기회사 쉰들러홀딩스로 지분 15.5%를 보유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본인(7.8%), 현대네트워크(10.6%), 김문희(5.5%), 임당장학문화재단(1.4%), 정지이(0.33%), 친인척 및 기타관계자(0.3%) 등의 우호지분 26.57%로 경영권을 잡고 있다. 여기에 인적 분할이 성공하면 6.02%가량의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나 우호 지분이 더해진다.
한편 현정은 회장은 최근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패소해 170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현 회장은 현대무벡스 지분으로 대물변제를 진행했지만 법원이 쉰들러 요청에 따라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하면서 노골적인 적대적 M&A에 노출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