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팩] 기준치 180배 ‘세슘 우럭’의 진실···韓 아닌 日 수산업 ‘악재’

[에너지 프로파간다 ②] 발전소 내항서 잡은 도쿄전력 모니터용 魚 ‘알프스’ 처리수 아닌 오염수 영향 물고기 日 수산물 수입금지 근거·韓 바다 감시 만전

2023-06-26     최주연 기자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ALPS(알프스)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발표 후 태평양을 공유하는 나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가 간 갈등은 2021년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ALPS(알프스)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발표 후 태평양을 공유하는 나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해류를 따라 처리수가 가장 먼저 도착할 미국과 캐나다는 무심한 데 반해 한국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피지 등 남태평양 섬나라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밖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북미 지역과 비슷한 분위기를 최근까지 견지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1일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위험 물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는 중간 보고서 결과를 신뢰하는 분위기다.

2년이 넘게 각국은 ‘후쿠시마’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두고 온도 차가 명백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이 터졌다.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발전소 근처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나 되는 세슘이 검출됐다. 여성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 탐구] 코너를 통해 ‘세슘 우럭’의 위험 여부와 한국 수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밝혀본다. 본질은 우리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두고 지난 17일 규탄대회부터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갔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경고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하지 마시라. 지금이라도 당장 일본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시라.”

지난 19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식품 기준치 180배나 되는 방사능 세슘 범벅 우럭이 나왔다”면서 “조선총독부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서 “(오염수를) 앞으로 핵 폐수로 불러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바로 다음 날이었다.

기준치 180배의 세슘 우럭은 일본이 방출하겠다는 처리수와 관련 있을까. 결국 한국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할까. 본지 확인 결과 그렇지 않았다. 이는 한국인과 한국 수산업이 아닌 일본인과 일본 수산업에 악재였다. 일본에 닥친 위기다.

26일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은 발전소 근처에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방사성 물질 상황을 관찰하는 용도”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의 알프스를 거치지 않은 오염수 지역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5일 원전 1~4호기 바다 쪽 방파제로 둘러싸인 곳에서 중량 385g의 우럭에서 식품위생법 기준치의 180배가 되는 1만 8000Bq(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매체는 이곳이 방사성 물질 농도가 비교적 높은 곳이라는 점도 짚었다.

실제 '세슘 우럭'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모니터용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어로 활동을 통해 잡힌 물고기가 아니었다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바다를 방파제로 둘러싼 내항, 그로부터 반경 20Km 안과 밖, 이렇게 3개 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내항에는 12년 전 방사성 오염물질이 여전히 바닥에 깔려있다.

'세슘 우럭'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모니터용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어로 활동을 통해 잡힌 물고기가 아니었다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빨간 네모 박스한 지점 '항만 안'이 해당 물고기가 잡힌 지점이다. / 일본 처리수 포털사이트

즉 ‘세슘 우럭’은 알프스 처리수에선 단 한 번도 헤엄쳐 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줄곧 2011년도부터 가둬진 오염수에서 자랐다. 세슘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본지에 “2011년 기술이 없던 때 오염 물질에 영향받은 물고기에서 나온 오염수와 현재 알프스로 처리한 후 방류하는 처리수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라며 “같은 후쿠시마 바닷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둘은 어떤 연관관계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또한 우럭을 잡아 문제를 제기했는데 실제 방사성 양은 매우 작다. 작은 애가 돌아다니다 내항에서 방사성 물질을 집어 먹으면 무게가 작으니 그 농도는 180배가 쉽게 나올 수 있다”라며 “그러나 이마저도 방사성 피폭량이 전복 한 개에 들어간 폴로늄에 의한 방사성 피폭량보다 적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후쿠시마 삼중수소에 소금 사재기···“같은 논리면 스벅도 불매해야”)

日 바다와 토양 오염? “수입 안 하면 돼”
韓 바다 감시 및 알프스 작동 여부 만전

한국 정부는 우리 바다에 대한 방사능 농도 분석을 30년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동해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이후부터는 유출수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그동안 핵종별 방사능 농도에 변화는 없었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동해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이후부터는 유출수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그동안 핵종별 방사능 농도에 변화는 없었다. /정동욱 교수 제공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후쿠시마 안전 여부는 본질적으로 일본인에게 닥친 문제다. 우리는 우리 바다 안전만 확인하고 문제가 생길 때 그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다”라며 “30년 넘게 피폭 우려 수산물이 잡힌 적이 없는데도 우리 바다에 문제가 있다면서 스스로 위험에 빠졌다고 하면 어느 나라에서 수입하려 하겠나. 그보다는 앞으로 늘어날 바다 감시 비용을 일본에 부담하게 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후 해당 지역 수산물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또 8개 현 이외 지역 수산물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 건마다 정밀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수입 수산물 유통 이력 제도’를 활용해 수입부터 유통, 소매까지 거래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동시에 원산지 표시 집중 점검도 실시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일본산 등 국민 우려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2차 전수 점검도 계획 중에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세슘 우럭’ 논란과 관련해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근처에서 잡힌 수산물의 수입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이 오염수를 제대로 희석하지 못한다면 (오염수 방류를) 당연히 반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농수산물검사부 농수산물안전성검사팀 연구원들이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는 “우럭이 아니고 참치였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우럭은 서식지에서 이동하지 않는 물고기라는 거다”라면서 “세슘 우럭 때문에 한국에 서식하는 어류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한국 앞바다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 수산업 수출이 (일본과 함께) 망하자고 앞장서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일본인 먹어라? “말 안 되는 발상”
日 연안과 마주한 韓 원전 10여 개

정부와 학계의 노력에도 후쿠시마 처리수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빗물 수준으로 희석되면 일본 농업용수나 식수로 쓰라는 주장이다.

오염수는 최종적으로 바닷물을 통해 희석한다. 오염수는 ‘알프스’ 필터를 거친 후 배출농도 이하로 낮춰진 세슘과 스트론튬이 남는다. 다만 삼중수소는 완전히 걸러지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화학적으로 물이랑 같은데, 알프스 처리 이후에도 처리수의 40배나 되는 바닷물에 한 번 더 희석해 세계 음용수 기준(WTO 기준 1만Bq/L)보다 낮은 리터당 1500Bq 농도로 맞춘다.

학계는 삼중수소가 방류된 후 2~3km 지점에서 매우 약한 방사성 물질(빗물)을 함유한 처리수 상태가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1Bq/L) 해류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가장 먼저 도달한 후 4~5년 뒤부터 동해안에 흘러들어온다고 가정할 때 10년 뒤 농도는 평상시 바다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라 했다.

해류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가장 먼저 도달한 후 4~5년 뒤부터 동해안에 흘러들어온다고 가정할 때 평상시 바다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된 처리수는 해류를 따라 미국으로 먼저 향하게 된다. /여성경제신문

정범진 교수는 “깨끗하니까 먹어라, 담아 놔라, 맥주 만들어 먹으라 하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는 그럴듯해 보이나 아니기도 하다”라면서 “공장에서도 공업용 폐수를 낮은 농도로 정화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배출기준에 맞춰서 방류하지 않나”라고 제기했다.

정 교수는 “배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공장도 고체, 기체, 액체 폐기물을 같은 방식으로 배출하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처리수도 방류하고 있다”라며 “2011년 일본의 세슘 방출 추정치에 비해 이번 후쿠시마 처리수는 다 합쳐도 방사성 물질이 그때의 0.0003~0.0005배 수준이다. 과거보다 더 약한 농도로 희석된 물이 나간다고 할 때 지금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식탁에 위해한 수준일지 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동욱 교수는 한·중·일 삼국의 안전 협력체계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동해안 인근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10개가 넘는다. 원전 10여 개가 일본을 바라보고 가동되고 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 원전에 시비 건 적 없다”라며 “원전으로 국가 간에 갈등으로 대적하기보다는 안전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둔 유럽핵안전규제 그룹(ENSREG)과 같이 한·중·일이 안전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