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귀농귀촌에 제동 걸까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개시 통보 수산물·농산물의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것 특히 귀어귀촌 기피 예상···관광 분야서도 걱정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르면 7월부터 방류한단다. 이를 두고 국제 사회는 오염수 처리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섣부른 방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우리 한국은 당연히 반대 입장이다. 오염수를 처리할 여러 방법이 있음에도 단지 비용 때문에 바다로 내버린다니 말도 안 된다. 심각한 환경 오염이 불 보듯 뻔하다.
탄소 절감과 환경 보호를 통해 기후 위기를 벗어나자며 온갖 노력을 하고 ESG가 국제 기준이 되는 판에 지구 한쪽에서는 폐기물을 버리고 있다. 그것도 우리 코 앞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방사능 오염수를 먹어도 된다며 오히려 일본을 두둔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이지만 말이다.
6월 12일 오전 7시 서울 경동시장 소금 가게 앞은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모두 소금을 사려는 사람들이다. 경동시장의 소금 가게는 도매와 소매를 모두 취급하는데 요즈음은 미리 소금을 많이 사서 쟁여놓겠다는 사람들이다. 주로 중노년이 많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어 우리 염전이 오염되기 전에 소금을 사놓겠다는 의미이다.
급작스러운 소금 대량 구매 상황은 전국적으로 퍼져 소금 품절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정말 위급했던 코로나19 시국에도 물품 사재기를 자제하던 우리 국민들이 소금을 사재기하고 있다.
사재기라는 표현은 ‘매점매석(買占賈惜)’에서 매점(買占)에 해당한다. 매점매석이란 특정 상품의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여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이를 팔지 않고 대기한다는 것인데, 한자어를 풀이하면 ‘다 사서 차지하고 팔기를 아깝게 여긴다’라는 뜻이다. 지금 보이는 사재기의 모습은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제적 행동보다는 소비자들이 공황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소금은 음식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이다. 음식에 간을 할 때 소금은 꼭 필요하다. 음식이 맛이 있다 없다를 가늠하는 것은 짠맛의 더함과 덜함 정도에서 시작된다. 지금 사람들이 소금을 사재기하는 것은 음식의 기본이 망가지는 공포 때문이다.
이 와중에 방사능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 없다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당사자인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검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의 실사단이 일본으로 갔지만 아직도 안전 여부에 관한 보고서를 내지 못하니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사람들의 공포는 정도를 넘어섰다.
소금 가게 앞에서 소금을 넉넉히 사서 안심하는 듯한 주민이 있었다. 20kg 천일염 소금을 5포대나 샀단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은 걱정 없다고 한다. 옆의 사람은 아무리 일본에서 오염수를 방류하여도 태평양을 돌고 돌아 우리 바다에 오려면 몇 년 걸리고 희석이 많이 되어서 괜찮을 거라고 거든다. 그에게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앞으로 30년 동안 지속해 방류할 계획이라고 말해줬더니 다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파괴 후 방사성 물질을 거르기 위하여 일부러 ALPS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ALPS란 다핵종제거설비이다. 쉽게 말하면 여러 핵종을 걸러내는 고급 필터이다. 위험 핵물질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걸러내서 물에 희석하여 바다로 내보내는 시설이다. 그러나 완전히 걸러내지는 못한다. 심지어 2022년에는 고장이 난 적이 있다.
농어촌에서는 지금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소금 사재기와 함께 수산물 구매가 급격히 떨어졌다. 수산물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은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수산물을 구매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수산업계가 무너지면 어촌으로 귀어하려는 사람들은 없다.
지금 몇 배로 소금값이 오르고 품절까지 된다고 하여도 신안의 소금업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소금이 팔리는 현상은 우리 소금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래의 소금은 위험물질이 되어 구입 불가품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금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방사성 물질이 누적되었을 때 연안 갯벌의 많은 수산물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이 수산물 소비 1위를 차지하는 데는 김이나 미역 같은 것이 한몫을 하는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연안에서 양식으로 기르는 김, 미역, 조개, 전복, 멍게와 어패류는 몇 년간 줄에 고정되어 성장한다. 가두리 양식장의 많은 물고기도 마찬가지로 한 장소에서 머문다. 장기간 위험 물질에 노출되어 축적될 것이다. 당장은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수년, 수십 년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에 2000년대 초반 국내 갑상샘암 발병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원전 사고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녹색연합의 보고는 눈여겨 볼만하다.
그동안 조치한 일본산 식품 수입 금지 조치는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의 농수산물에 국한된다. 후쿠시마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가 일본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가공될 경우는 후쿠시마산으로 분류가 되지 않는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잘 팔리지 않아 많은 양이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 사료를 먹은 많은 축산물과 수산물들이 생물과 가공식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당사자 일본인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사능 물질 방류에 대하여 침묵하는 듯하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가 신기한 듯이 뉴스로 등장할 정도이다. 농업계에 오래 종사한 재일교포에 물어보니 일본인들 다수가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으나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 조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2019년 여름 필자가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마침 후쿠시마의 남쪽에 인접한 이바라키현에 갔었다. 마침 지역 주민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위험에 관하여 물어 보았다. 질문을 받은 그는 정색을 하면서 절대 위험하지 않다고 답하였다. 정부가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란다. 너무나 당연한 듯이 말해서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순진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방사성 물질의 피해에 대하여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식사 자리에서도 논쟁거리다. 나중에 혹여 수산물을 먹지 못할까 마지막으로 횟집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미 민심은 위기의식으로 뜨겁다.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 모른다.
지난봄 설익은 방울토마토에서 나온 토마틴이라는 화학물질이 배탈을 일으켰을 때 온 국민이 토마토 구매를 중단한 적이 있다. 금방 품종에 대한 유통이 금지되어 해결되었지만 전국의 토마토 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제 사람들은 식품 안전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보건 문제가 정치 문제로 넘어간 상황이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논의를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몰고 가고 있다. 일본에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꾸짖고 말려야 할 판인데 정부 여당과 야당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말한 대로 위험하지 않다면야 정말 다행이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미 일부 사람들은 청정한 바다와 어촌을 잠재적 위험지대로 인식하고 있다. 당장은 괜찮지만 앞으로는 지속될 수 있을지 염려한다.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의 근심은 더하다. 귀어를 해도 되겠냐는 문의들이 들어 온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상담조차 끊길 수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걱정은 태산이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는 올여름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안심하고 즐기는 관광객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해수욕장을 둘러싼 관광업체들은 매우 초조하다.
해양 관광의 대표적인 크루즈 업계도 걱정이다. 크루즈 선내에서 사용하는 물은 해수를 담수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물을 수백명 또는 수천명의 승객이 음료로 마시고 세숫물로 사용한다. 이미 미국의 크루즈선은 동북아 노선을 운항할 때 절대로 인근에서 물을 싣지 않고 있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생각난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라 주변의 온도에 자기 몸의 온도를 맞추는 능력이 있다. 그런 개구리를 냄비 속에 넣어 서서히 물을 끓여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끓는 물이 자기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몸의 온도를 맞추다가 결국 죽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만 염려했는데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까 걱정된다. 세상 걱정할 것도 많은데 방사능을 걱정해야 한다니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