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수명 터무니 없이 낮아"···빈곤율 세계 최고 원인

한국인 기대 수명 50년 만에 31년 증가 男보다 오래 사는 女 경제 수명은 멈춰 더 일찍 더 오래 일하는 문화 정착 필요

2023-06-19     이상헌 기자
서울 광화문에서 여성 직장인들이 출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의 경제수명이 터무니 없이 낮은 것이 노인 빈곤율 세계 최고란 국가적 오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취업자 수 끌어 올리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여성 경제수명을 늘리는 방법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따르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저조가 노인빈곤율 악화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지난해 기준 59.1%로 일본(72.5%)과 미국(6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50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9.4%에 달해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9명에 그쳐 미래세대가 노인을 부양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제 막 고령화에 접어든 한국이 OECD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 국가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평균 80.5년)보다 3년 길었다. 1960년에 발표한 값보다 무려 31.2년 증가한 것이다. 이런 기대수명 증가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 2배 미국에 비해 3배 빠른 수명 증가를 보였다.

日 여성은 오래 살고 일도 더 많이 해
女 취업 증가 현상···경제수명과 무관 

한국인 여성의 생물학적 수명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년으로 남성(80.6년)을 추월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일본 여성(87.7년)을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여성의 경제 수명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08년 54.8%에서 지난해 59.9%로 소폭 개선됐지만 60%를 밑돌면서 80% 안팎인 상위 5개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7.6%다. OECD 노인 빈곤율 평균이 10%대인 반면 한국은 10명 중 4명의 노인이 빈곤 상태에 빠져 있다. 85세 이상 노인 기준 빈곤율은 54.31%로 나이대가 많을 수록 점점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또 이런 가운데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남성 노인(31.3%)보다 월등히 높은 42.6%의 빈곤율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노인 비중은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7.5%에서 2070년 46.4%로 전망된다. 이들 중 대부분이 정년 은퇴 이후 소득절벽 효과로 인한 근로 빈곤에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오태희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과장은 "고학력·고소득자들의 경우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양적 확대에 집중했던 고령 일자리 정책을 질적 고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노년 여성 빈곤율이 65%를 넘어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다행히 코로나10 팬데믹 이후 여성 취업자 수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은행의 '여성 고용 회복세 평가' 자료를 보면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남성 고용률 상승 폭이 2020년 1월 대비 0.3%포인트에 그친 반면 여성 고용률은 1.8%포인트로 6배를 보였다. 또 고령층 취업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순증한 여성 노동자 34만8000명 가운데 22만4000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여성의 경제 수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역시 일시적 효과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자녀가 한 명 더 생길 때마다 취업유지율은 약 29.8%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취업 여성의 경우 자녀가 한 명 있으면 취업확률이 약 7.2% 포인트 감소하고 자녀가 두 명, 세 명있을 경우 취업확률이 각각 약 17.6% 포인트, 약 16.5% 포인트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 노인 빈곤율 급증은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가임여성(15~49세) 감소로 출산율을 끌어올려도 인구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와 있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가 더 일찍 사회에 진출하고 원하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