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사법 처리 진통···尹정부, '회계 투명화'로 압박

노조 간부, 장례 마무리 후 경찰 출석 野 "정부가 노조 혐오 분위기 부추겨" 회계 투명성 제고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2023-06-15     이상무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15일 정부를 비판하는 노조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이상무 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분신과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 등으로 사회적 대화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노동조합비 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노조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회계 투명성 강화에 속도를 냈다.

1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고(故) 양회동 씨의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오는 22일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총 4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 집행도 시사한 바 있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수사하는 경찰은 최근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인터넷 서버를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건설노조가 전국 공사 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채용하지 않을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등 강요·공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대대적으로 수사 중이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은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사회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조를 탄압하고 좀 때려잡는 게, (노조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편승해 지지율을 올리고 내년 총선에서 득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냐’ 확신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건폭(건설폭력배)이란 표현을 아는가"라며 "노조에 대한 혐오 분위기를 부추기는데 총리와 윤 대통령과 인식의 차이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건설 현장에 존재하는 불법 행위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며 "노와 사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노사가 지켜야 할 법률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에 강제 진압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진압이 자행됐다”며 “법치 운운하는 것이 불통 윤석열 정부 공권력의 현실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매우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며 조합원의 알권리 강화 및 다른 기부금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었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해 노정 갈등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날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40일간 각각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8월 중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부여, 노조 회계 감사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자격, 조합원 알권리 보호를 위한 결산 결과 등 공표 시기·방법 규정 신설 등이다. 근로자는 조합비의 15%, 기부금이 1000만원을 넘으면 30%를 세액공제 받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확보해 노동운동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세금이 지원되고 역할·영향력이 커진 노조의 적극적인 동참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시행령 개정안의 목적은 노조 협박, 망신 주기”라며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 개악의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너무나 드러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