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작권 분쟁서 '카카오' 면책···웹툰계 불공정 계약서 실재했다

비밀 유지에 가려진 책임 떠넘기기 법정 공방 및 소명 책임 CP에 전가 문체부 금지 '연재 중단' 조항 포착

2023-06-14     김혜선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공급 기본 계약서'를 통해 CP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비밀 유지 조항에 가려졌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제공자(Contents Provider, CP) 간 웹툰 계약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법적인 문제에서 카카오는 면책되고 일방적인 연재 중단도 가능한 불공정 계약의 소지가 다수 포착됐다. 

14일 여성경제신문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콘텐츠 공급 기본 계약서'를 단독 입수해 법률 자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웹툰 관련 법정 분쟁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CP가 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엔터와 CP사가 체결한 실제 계약서를 살펴보면 웹툰과 관련해 명예훼손·모욕·저작권 등 민형사상 법정 공방이 생기는 경우 CP사가 자기 책임과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분쟁 발생 시 카카오엔터는 면책 대상이 돼 빠지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포괄적인 법적 분쟁을 다루면서 면책조항을 넣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법 한 전문가는 "특히 분쟁은 원작자인 작가의 문제일 수 있지만 카카오엔터 등의 웹툰 플랫폼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다"며 "포괄적으로 분쟁이 생길 경우라고 명시하면서도 그 책임을 CP에게 돌리는 건 불공정하다"고 설명했다.

웹툰 플랫폼 내 저작권 분쟁은 비교적 흔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관련으로 공정거래지원센터에 피해 구제를 호소하는 상담 건수가 전체 유형의 42%를 차지했다. 본지가 보도한 '네이버 이어 문체부도 무작정 AI 만세!···설 곳 없어진 웹툰 저작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AI로 웹툰 그림을 무단 학습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저작권의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이용약관에 "이용자의 콘텐츠는 네이버 서비스 개선 및 제공을 위해 인공지능 분야 기술 등의 연구 개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에 웹툰 작가들은 네이버웹툰 내 도전 만화 코너를 통해 'AI 웹툰 보이콧'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권고한 '웹툰 표준계약서'와도 차이가 크다.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제7조를 살펴보면 "웹툰 작가가 소재나 내용 등을 모두 독립적으로 제작한 경우 법적 책임은 작가에게 있다"면서도 "웹툰 플랫폼도 관여했을 경우 그 모든 책임은 플랫폼에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업계에선 구조상 플랫폼이 작품에 관여할 수밖에 없기에 카카오엔터도 웹툰 내용에 법적인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인 '노블코믹스'가 유행하면서 플랫폼은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카카오페이지 내 연재된 웹소설을 기반으로 웹툰이 제작되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플랫폼의 관여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반면 웹툰 수입은 때에 따라 플랫폼이 작가보다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형성됐다. 한국 웹툰 시장 대부분은 '플랫폼-CP-작가' 구조로 이뤄지며 플랫폼은 30%에서 많게는 50%의 수익 비율을 가지기 때문이다. 2021년 카카오페이지 수익에 따른 카카오엔터의 실질 정산율은 31%였다.

또한 계약서에는 카카오엔터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웹툰의 유통 판매를 임시로 중단하거나 심지어 영구 삭제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카카오엔터는 CP가 소명할 기회는 열어뒀지만 소명의 책임마저도 CP에게 전가했다.

이는 일방적인 연재 중단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 해설집을 보면 "실무상 플랫폼의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재를 중단해 작가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연재가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걸 금지한다"고 돼 있다.

이 밖에도 CP 및 작가에게 부여되는 웹툰 수익에 부가가치세도 포함하거나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비밀 유지를 부담시키는 등의 불공정 조항도 다수 포착됐다. 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 산업 불공정 실태조사 결과 CP 등 웹툰 사업체 중 32.4%가 불공정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작가는 절반 이상인 58.9%가 불공정 계약을 진행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 CP) 간 웹툰 계약서엔 불공정한 조항이 포함됐다. /언스플래쉬

박제웅 국회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웹툰 시장에도 과거 만화시장의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과 관련한 문제점이 재연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 양상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계약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당사자들도 계약 내용을 다 알 수 없는 정보 격차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며 특히 해외 업체와 영상화 계약의 경우 비밀 유지조항으로 웹툰 작가라 할지라도 세부 내용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계약 관행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표준계약서 이용률을 제고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문체부의 웹툰 표준계약서보다 나은 내용으로 CP 혹은 작가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계약은 작가와 직접 계약하는 CP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수백 개에 달하는 CP사가 웹툰 작가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문체부는 웹소설 분야의 표준계약서 신설 및 웹툰 등 기존 6종의 표준계약서 전면 개정 및 신규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보균 장관은 "작가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열망, 저작권에 낯설어하는 풍토에서 갑질 독소조항의 그물에 빠져 창작의 열정이 꺾이는 일이 다시는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