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 임원 차이나머니로 반도체 공장 ‘전체복사’ 시도 덜미
공정 배치도, 설계 도면 등 부정 취득·사용 혐의
국내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진 삼성전자 전 임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중국 자본과 결탁해 통째로 복제하려 했다가 덜미가 잡혀 구속 기소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 유출로 최소 3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12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A씨(65)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직원 5명과 설계 도면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 최적의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환경 조건)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상무와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역임하며 반도체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졌다.
복제판 공장 설립에 앞서 A씨는 중국 청두시 자본 4600억원으로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 또 대만 회사의 8조원 투자 약정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에도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곳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200명을 영입, 고액 연봉에 계약하기도 했다.
이후 A씨의 행보는 더 대담해졌다. A씨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복제판 공장을 지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공범들에게 “반도체 설계자료를 입수해서 사용하라”며 적극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중국 내 반도체 제조를 위해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일로 삼성전자 피해액은 최소 3000억원(BED 124억·공정 배치도 1360억·설계도면 1428억)으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30년 넘는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기술들로 수조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술들로 평가된다. 심지어 30나노 이하급 D램 등을 제조하는 ‘국가 핵심기술’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법부가 A씨를 중죄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반도체 제조의 영업비밀과 국가 핵심기술을 도용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경제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 중대한 범행”이라며 “유사한 반도체 제품이 대량 생산될 경우 국내 산업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에 치명적 손해를 야기하는 침해행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