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졌는데 분만실 없어 헬기 타고 서울서 출산
속초 여행 갔다가 봉변 도내 분만 취약지 14곳
강원도 속초에서 양수가 터진 임산부가 헬기를 타고 서울에 와서 출산한 사례가 나왔다. 분만실 인프라가 없어 2시간여를 헤매는 등 고비를 넘겼다.
8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4시28분쯤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도착해 30대 임신부 A씨의 상태를 살폈다. A씨는 서울 거주자인데 휴식 차 속초를 찾았다가 분만 예정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갑작스럽게 양수가 터졌다.
소방 당국은 분만 의료기관이 있는 속초 내 병원들에 연락했다. 당시 태아가 자궁 안에 거꾸로 자리 잡고 있어 제왕절개 등 분만 의료 없이 출산하기엔 위험이 따르는 상황이었다.
연락이 닿은 강릉 한 대형병원은 "분만실이 없어 수술과 입원이 불가하다"고 했고 속초 한 의료원에서도 "야간 시간에는 분만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주의 대형병원에도 수술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결국 소방 당국은 서울 거주자인 A씨가 평소 이용하던 목동의 한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 다행히 A씨는 무사히 출산했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내 열악한 분만 환경 탓에 임신부들도 응급상황에 헬기 등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분만 취약지는 올해 기준 평창·정선·화천·인제·횡성·고성·양양·태백·속초·삼척·홍천·영월·철원·양구 등 14개 시·군으로 이 가운데 정선·고성·양양에는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전혀 없다.
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는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고 분만 취약지 응급 산모의 전용주택인 ‘안심스테이’ 등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도 관계자는 "안전한 출산 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사업을 확대하고자 검토하는 단계"라며 "도내 의료진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고자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