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나우' 출격 임박···어느 누가 말려도 연준은 디지털화로 간다
CBDC와 선 긋지만 시스템 구축 진심 현금 없는 사회로 그레이트 리셋 일환 7월부터 서비스 개시···쩐의전쟁 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른바 365일 즉시결제 서비스 페드나우(FedNow) 서비스 개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실물화폐와 암호화폐 간 영역을 가리지 않는 쩐의 전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페드나우가 "현금을 대체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아니다"라는 것이 연준의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에서 벌어진 연구 내용과 연준 고위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페드나우가 현금 없는 사회에서 법정통화로 유통될 CBDC 도입의 최전선에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페드나우는 연준이 직접 추진해 온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실시간 총액 결제방식의 신속 자금 이체시스템이다. 주말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 미국 정부의 현행 제도와 반대로 24시간 운영된다. 결과 미국 내 개인과 기업은 수표 처리를 기다리는 대신 자금을 즉시 주고받게 된다. 수수료도 기존의 5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싸다. 입금 이체 등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급 요청 서비스, 계정 정보를 유지·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기 예방 등의 부가서비스도 제공된다.
페드나우 탄생까진 대략 5년의 세월이 걸렸다. 연준은 지난 2019년부터 금융권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받고 심층 분석을 시행한 뒤 2022년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그럼에도 연준의 누구도 현금 없는 사회가 최종 목표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지난달에도 연준은 자문자답 방식의 Q&A를 통해 "페드나우는 연준이 은행과 신용조합에 자금을 이체하는 결제서비스로 디지털 통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표면적 의견일 뿐 연준 고위관계자들은 페드나우가 현금 없는 사회로의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일환인 점을 암시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미국 연준 부의장은 지난 2020년 디지털 뱅킹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달러의 중요한 역할을 감안할 때 연방 준비은행이 CBDC에 관한 연구 및 정책 개발의 최전선에 머무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그러면서 "페드나우 서비스가 은행, 핀테크 기업 및 기술 기업은 모두 결제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 통합을 확대하고, 결제 흐름을 가속화하고, 최종 사용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중앙은행은 디지털 등가물을 현금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의 잠재력을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연준의 잠재적 CBDC와 페드나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달러화를 결제·보관하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같다. 다만 현금이 아닌 디지털 통화로 분류되는 CBDC는 분산원장 방식(distributed ledger & blockchain)에 기반하는 반면 페드나우는 중앙집중처리를 통해 결제를 수행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페드나우에 긍정적이다. 그는 "머지않아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언제든 즉시 결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역할은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직접 디지털화에 뛰어든 것은 암호화폐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무관치 않다. 중국의 경우 2017년 암호화폐 공개(ICO)를 전면 차단하고 2022년 2월 북경 올림픽을 계기로 법정통화인 디지털 위안화(e-CNY)를 발행했으나 위안화보다 투자 매력이 있는 비트코인으로 자본유출을 차단하지 못했다.
반면 연준이 앞서 발행한 '디지털 통화와 관련한 토의보고서'를 보면 CBDC 도입이 미국 달러화가 지배적인 국제적 역할을 유지(Support the Dollar’s International Role)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결론이 내려져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으로선 전 세계 자본유출 상황을 관전하면서 수년간 꽃놀이패를 즐긴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결국 달러로 환전되는 구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선 누구도 연준의 디지털화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