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걷는 왕국' 빈살만의 네옴시티 건설‧‧‧단독 감산 이유였다

사우디만 7월 한 달 100만 배럴 단독 감산 러시아 등 OPEC+ “추가적인 감산 안 해” 감산 자체가 손해‧‧‧비전 2030 추진 ‘돌진’ “배럴당 80달러 목표 재정균형 유가 위해”

2023-06-07     최주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급기야 홀로 감산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재정 균형을 맞춰야 한다. 배럴당 80달러 이상이 돼야 재정적자가 생기지 않는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급기야 홀로 감산하기로 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회의가 있기 전부터 제안했던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에 러시아를 비롯한 OPEC+ 여타 산유국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조급함은 ‘재정균형 유가(fiscal breakeven oil price)’에 기인한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재정 균형을 맞춰야 한다. 배럴당 80달러 이상이 돼야 재정적자가 생기지 않는다. 급한 것은 없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

“빈살만 왕세자는 현재의 석유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 네옴시티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간다. 2030년 그리고 이후의 40년, 50년을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이지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7일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얼마 전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단독 감산과 관련돼 있다. 사우디는 이틀 전 OPEC+ 회의 이후 7월 한 달간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산유국들은 추가 감산 기조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의 나 홀로 감산에는 빈살만 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석유 가격으로는 충당이 되지 않는다.

빈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네옴시티다.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더 라인’ 프로젝트는 석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그린수소 생산으로 제반 시설을 움직이는 친환경 첨단 도시다. 총길이 170km(서울~대전), 폭 200m에 달하는 이 도시는 ①직선형 도시 '더 라인' ②해상 산업생산지구 '옥사곤' ③산악지대의 레저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44배 규모다.

네옴시티 도심 속 모습 조감도 /네옴시티

도시 건설을 위해 필요한 추정 자금만 총 1조 달러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인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포스코, 남부발전, 현대로템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 계획과 파트너 기업은 구체화하고 있지만 정작 석유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 석유에 대한 중국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는 70달러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가 원하는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이다.

심지어 지난 4월과 다르게 사우디의 감산 결정 이후에도 세계 3대 유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27달러에 거래 중이다. (한국 시각 7일 오후 5시 34분 기준) 이는 감산 결정 이전보다 낮은 가격이다. (6월 2일 종가 71.74달러) 이는 석유에 대한 중국 수요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독 감산 결정은 미래 사업뿐 아니라 현재 재정적자 우려에서도 기인한다. 그래야만 ‘세금 걷지 않는 나라’ 사우디에 대한 재정적자가 생기지 않는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 등 세금 체계가 없다. 석유 판매가 거의 유일한 재정 수입이다.

“7월 한 달만 1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추가감산 연장 여지는 있다. 여름철 에너지에 대한 수요 회복세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우디 에너지 장관이 직접 밝혔다. 그러나 감산한 만큼 유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출혈이 있을 것이다.”

7월 한 달 100만 배럴 감산 연장 가능성도
“글로벌 경기침체 여부에 유가 움직일 것”

현재 유가를 둘러싸고 있는 가격 변수는 여러 군데 포진해 있다. OPEC+ 자체적인 정책 변수도 있지만 중국의 수요 회복 여부와 셰일 오일 증산 미지수, 아프리카 산유량 감소세 등 생산 능력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압둘아지즈 빈살만 왕자(사우디 에너지부 장관)도 한 달 감산 이후 연장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OPEC+의 감산 결정은 경제적 손해가 따른다. 유가가 오르면 이득이긴 하지만 감산은 결국 석유를 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AFP=연합뉴스

OPEC+의 감산 결정은 경제적 손해가 따른다. 유가가 오르면 이득이긴 하지만 감산은 결국 석유를 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시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감산에서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전쟁 자금 조달은 물론 재정수입을 얻기 위해 어떻게든 석유를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오 전문위원은 “값싼 러시아 석유 가격에 인도와 중국이 얼씨구나 하고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OPEC+ 내에서 감산 협의가 있더라도 그것을 꼭 지켜야 하는 의무는 없다. 오 전문위원은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 정도가 잘 지키고 나머지 국가는 지키는 둥 마는 둥이다. 안 지킨다고 페널티가 있지도 않다”라며 “아프리카의 경우 최근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산유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 능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감산 요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반응 없는 유가 추이에 국제 인플레 상승 압력도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 이전처럼 국제유가가 물가나 금리정책을 견인한다기보다는 그 반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문위원은 “앞으로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와 연준의 금리 정책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라면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유가 상승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로 동결하게 된다면 유가는 상승하지 않을 것이고 긴축 사이클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멈춘다면 유가는 상승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