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비행 하는 3%대 물가, 불안한 2% 목표‧‧‧그걸 지켜보는 이창용

5월 물가 3.3% 19개월 만에 최저치 작년 유가 상승 기저효과 작용 영향 “정책목표 도달 여부 불확실성 커져” 금리 인상 한 번 더? 3.75% 가능성

2023-06-02     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은 정책 목표인 2% 물가를 고수한 채 불확실한 눈초리로 물가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더 명확해졌지만 이후 정책목표까지 수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달에 이어 3%대에 머물면서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는 넉 달째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둔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총 물가 상승률을 앞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활용품에 해당하는 품목들이 물가를 떠받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책 목표인 2% 물가를 고수한 채 불확실한 눈초리로 물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더 명확해졌지만 이후 정책목표까지 수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연 것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3(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올랐다. 이는 2021년 10월(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같은 물가 상승 폭 둔화는 작년 유가 상승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8.0% 내렸다. 경유는 24.0%, 휘발유는 16.5%, 자동차용 LPG는 13.1% 하락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0.99%포인트로 나타났다. 전체 물가상승률을 석유류가 1%포인트가량 떨어뜨린 셈이다. 농·축·수산물도 작년 동월 대비 0.3%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0.03%포인트 낮췄다. 변동성이 큰 대표적인 품목이 지난달 물가를 좌지우지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다음 달인 1월 0.2%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한 이후 연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월 4.8%, 3월 4.2%, 4월 3.7% 그리고 5월 3.3%까지 이어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저효과가 많이 작용하면서 소비자물가 총지수 상승률이 5%대에서 3%대로 내려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달(4.6%)보다 하락한 4.3%를 기록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한 생활용품에 그동안 가해진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를 지지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달(4.6%)보다 하락한 4.3%를 기록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한 생활용품에 그동안 가해진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를 지지하고 있다. 3, 4월에 이어 5월에도 전체 소비자물가(3.3%)보다 근원물가상승률(4.3%)이 더 높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의 상승률은 4월 4.0%에서 5월 3.9%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섬유제품을 중심으로 상품가격 오름폭이 확대됐다.(6.1%→8.3%) 집세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0.8%→0.6%) 있는 반면 개인서비스물가 상승 폭이 소폭 둔화(6.1%→5.6%)했다. 외식 가격이 여전히 6.9%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지 못하는 금융당국
이창용 “연말 이후 2% 물가 도달 불확실”

2%대 물가 진입을 앞둔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연속 금리동결을 결정한 후 2% 물가 목표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보면,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달보다 더 명확해졌다. 다만 3%에서 한은이 목표로 하는 2%로 내릴 거냐, 이것은 연말 뒤에 일어날 일인데 그 부분은 확신이 줄었다”면서 “이유는 지금 일어나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지난해 7월 이후 많이 오른 유가 상승에 대한 기저효과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CPI와 근원물가가 거의 같이 움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이후에는 근원물가가 골치를 썩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근원물가는 서비스 섹터, 고용이 괜찮고 그동안 올라간 비용 상승 전이 위험 등이 있어 올해 전망치를 3.3%로 상향했다”면서 “물가가 3%로 수렴한 이후 정책목표까지 수렴할지는 지난달보다 불확실성이 커져 확신이 덜 한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여섯 명의 금통위원은 최종금리를 3.75% 가능성까지 열기로 했다. 현 기준금리(3.5%)에서 한 발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장전된 상황이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이후에는 근원물가가 골치를 썩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흰 물가, 데이터 보고 판단할 것이다. 적어도 금통위원들이 앞으로 몇 개월 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두고 상황을 보자고 한 건, 정말 심각하게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