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 격차, 기업 공개 의무화해야"···국회 토론회

노동시장서 여성 불평등 성별 공시제도 도입 논의 故 이희호 여사 4주기 앞둬

2023-05-26     이상무 기자
26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성평등을 향한 여정 : 여성차별금지와 성평등 실현의 역사와 과제’가 개최됐다. /이상무 기자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고 남녀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26일 열렸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27년째 최하위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과 김영주 국회부의장,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사회는 차인순 의정연수원 겸임교수(전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가 맡았다.

최근 5년간 남녀 고용률 격차는 2017년 19.4%, 2018년 18.7%, 2019년 17.9%로 좁혀지다가 2020년 18.1%, 2021년 17.5%로 나타났다. 임금격차(평균임금값)는 2017년 37.1%, 2018년 29.3%, 2019년 35.9%, 2020년 35.3%, 2021년 31.1%로 점차 감소하는 추이다.

여기엔 임금 수준별 근로자 비중이 다른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성은 저임금과 중저임금 비중이 높다. 남성은 고임금 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중고임금이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젠더평등을 위한 법제의 발전과정과 향후과제’ 발표에서 "생애 주기상 여성 최고 고용률은 25~29세에 멈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인용해 "연령별 여성 고용률은 25~29세 70.9%에서 30~34세에 65.7%로 급락이 시작되어 35~39세 57.5%까지 하락한다"며 "이후 40~44세 61.5%로 상승하는 M자 곡선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데 비해 남성은 40~44세까지 고용률이 상승한다"고 했다.

이어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력 단절, 그에 따른 낮은 근속연수, 연공급 임금체계, 유리천장, 성별 직종분리, 고용 형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현황에 대한 공개 의무와 성별 임금 격차 개선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을 통해 기업 내 차별 시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별 격차 현황과 성별 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과제’ 발표를 진행했다. 성별 공시제도란 채용, 직종, 직급, 직무, 임금구성 요소, 임금 격차 등을 포괄하여 성별 정보를 공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 조사관은 해외 사례를 제시했다. 스웨덴은 남녀 고용 격차가 4% 내외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적은 국가에 속하며 임금 격차 현황도 10% 내외라는 설명이다.

스웨덴의 '기업 임금 감사제도'를 통해 모든 차별의 근거와 관련 임금 설정 및 부가혜택, 보너스 등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를 조사하고 사용주와 노동조합은 매년 남녀 노동자들의 임금이 법률과 기준 관행 등을 따르고 있는지 조사해 분석한다.

이어진 자율 토론 시간에는 김난주 한국 YWCA 성평등정책위원,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윤수경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과장, 조선경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 과장 등이 나섰다.

김난주 위원은 "연일 전 세계 국가에서 CBS 등 언론들이 한국의 성 격차에 대해 경쟁이라도 하듯 다루고 있다"며 "왜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개선)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임금의 날' 제정도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박선영 위원은 "왜 서울시에서 임금 공개할 때 공공기관 노조가 이걸 반대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체계가 일률적이지 않고 민간과의 격차가 상당히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여성 인권 회복을 위해 기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서거 4주기(6월 10일)를 2주 앞두고 기념한 행사다. 이 여사의 아들인 김홍걸 국회의원은 환영사에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미투 운동이 벌어질 때도 여성들이 부조리에 정면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반가워하셨지만 그럼에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며 "선진국과 비교하면 뒤처진 현실에 앞으로 이러한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