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꿈틀'에도‧‧‧14개월 무역적자 ‘한참 부족한 온기’
제조업‧비제조업 회복 기대감 상승 “반도체 제조 장비 납품 실적 지속” 지난해 3월 이후 무역 적자 ‘만성화’ 이렇다 할 대책 없지만 상저하고 고수
반년 넘게 한파를 겪었던 기업 체감경기가 온기를 되찾을 기미가 보인다. 반도체 부품 수출이 소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4개월째 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의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온기보다 거센 ‘화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선제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않고 ‘상저하고(올해 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 회의도 석 달 전 개최를 마지막으로 감감무소식이다.
24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와 기계, 1차 금속 수요 증가로 전반적인 제조업 회복 기대감이 상승했다. 비제조업도 회복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전산업 업황 BSI는 7개월 만에 최고치(76)다.
먼저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한 73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의 양호한 납품실적을 바탕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12포인트)의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 전방산업 수요 증가·원활한 공장 가동 등 영향으로 기타 기계·장비(+9포인트)가 올랐으며, 1차 금속(+7포인트)도 상승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해 11월 74를 기록한 이후 12월 71, 올해 1월 66, 2월 63 등 3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3월 70으로 반등했으며 4월에는 70에 머물렀다.
서비스업, 도소매업 등 비제조업 업황 BSI도 개선됐다. 5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78로,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79) 이후 가장 높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의 납품 실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4개월째 무역적자 ‘상저하저’ 우려
秋 “5월 이후 개선, 상저하고 전망”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 장기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3억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4월(23억5400만 달러) 이후 1년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달(5월 1~20일) 수출액은 324억4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62억 달러) 감소했다. 수입액도 367억4700만 달러로 15.3%(66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로써 연간 누계 적자는 295억4800만 달러로 300억 달러 적자를 바라보고 있다.
항목별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승용차(54.7%)가 크게 증가한 반면 반도체(35.5%), 석유제품(33.0%), 무선통신기기(0.8%), 정밀기기(20.9%) 등은 감소했다. 교역 국가 별로는 중국(23.4%), 미국(2.0%), 유럽연합(1.1%), 베트남(15.7%), 일본(13.9%) 순으로 수출이 모두 줄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위기 가능성도 상당하다. ‘상저하저’(상‧하반기 모두 둔화) 전망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오래다”라며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주가가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인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전략 모색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주재한 제4차 수출전략 회의를 통해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로 설정했지만 이후 3개월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연내 회의 개최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 尹 수출전략 회의 석 달간 없었다···각 부처별 목표만 잡고 스톱)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무역수지 적자는 그나마 지난 4월 가장 작은 폭이었는데 5월까지는 작년 기저효과 등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며 “5월이 지나면 무역수지 적자 폭이 개선되고 4분기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대외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