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 빈곤율 47%, 일반 가정 4배 달했다

경제난, 양육비 미지급이 초래해 양육비 대지급제도 국내 도입해야 OECD 평균 대비 15% 높은 수치

2023-05-15     김현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김현우 기자

18세 미만 자녀를 부모 중 혼자 키우는 가정을 뜻하는 한부모 가정의 빈곤율이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양부모) 가정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대부분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부모 가정 빈곤율은 47.7%로 조사됐다. 양부모 가정 빈곤율 10.7% 대비 약 4배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9%보다 15.8% 포인트 높고 한부모 가정 아동빈곤율이 가장 낮은 덴마크(9.7%)보다 38% 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부모 가정 월평균 소득도 처참한 수준이다. 이들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245만원으로 양부모 가정 평균 소득 416만원의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또한 한부모 네 명 중 한 명은 육아와 경제활동의 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취업 상황이다. 

이달 9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한부모 가정 빈곤실태와 정책대안' 토론회에서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가정 아이들은 꿈이 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한 성장을 시도하는 반면 빈곤한 상태에 놓인 아이들은 처음부터 꿈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이는 평생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동 빈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부모 가족 빈곤 현황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특히 한부모 가정 중 다문화 가정의 경우엔 한국인 아버지의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경제난 사례도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부모 가정이 된 이주여성과 아이는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받기 어려워 자연스레 배우자의 양육비에 의존하게 된다.

이와 관련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한국인 아버지들이 이혼한 이주여성에 양육비를 주는 비율을 약 5%로 추정된다. 한국인 한부모 여성(20%)과 큰 격차를 보인다"면서 "양육비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뿐만 아니라 국내 한부모 가정에서도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 중 절반 이상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스웨덴·핀란드 등 유럽 국가의 경우 미지급된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미지급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도’가 있다. 세 나라의 한부모 가정은 양육비를 받지 못했을 경우 국가에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대지급제도를 신청하면 심사 이후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양육비 대지급제도가 도입되면 한부모 가정 일상의 평온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동빈곤율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직접 미지급자에게 추징하게 됨으로써 양육비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생긴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박홍근 의원은 각각 2021년과 올해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으며 두 법안 모두 소관위 접수 상태로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