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날리는’ 韓 무역‧‧‧‘떨어지는 칼날’ 원화 값, 1500원 전망도
상품 수지 6개월 연속 적자 상황 반도체 수출 전년대비 –33.8% KDI “올해 평균 환율 1306원”
글로벌 경기 둔화에 한국 무역이 반년 동안 적자 상황에 허우적이고 있다. 그간 효자 노릇을 했던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막힌 탓이 크다.
높은 원/달러 환율이 처참한 한국 무역 상태를 보여준다. 원화 가치가 수직 낙하(환율 수직 상승)했고 환율은 1300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1500원대 환율 전망도 수면 위로 올랐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24.8원) 대비 7.4원 내린 1317.4원에 시작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9%로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잠깐 훈풍이 돌았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요인(강달러)이 완화되면서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을 앞두고 오후 3시께 갑자기 치솟았다. 이날 환율은 1326.3원에 마감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무역수지 적자와 밀접하다. 지난달 19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최근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 비교 및 요인’ 보고서에서도 “미 통화 긴축 불확실성에 더해 실증분석 결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근 태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의 달러화 대비 환율 경로와 비슷하다. 이들 나라도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통화가치 절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수출은 악화일로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상품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다.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로 수지 타산한 수치다. 이달 상품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고 1년 전(55억7000만 달러 흑자)보다 66억9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이는 수출 감소가 결정적이다. 이달 수출액은 564억 달러로 작년 3월보다 81억6000만 달러(12.6%) 줄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주효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3.8% 감소했다.
이밖에 화학공업 제품, 석유제품, 철강 제품의 수출 성적도 부진하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33.4%, 동남아 –23.5%, 일본 –12.2%, EU –1.2% 위축됐다.
경상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 위험에서 배당소득 덕에 흑자전환 했다. 지난 1월(-42억1000만 달러)과 2월(-5억2000만 달러) 경상수지는 수출 불황에 2개월 연속 적자 상황을 맞이했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 1306원
“경상수지 적자에 한미 금리 차”
장사 안되는 한국의 글로벌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성장률과 화폐 가치가 이를 반영한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종전 1.7%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성장에 대한 강한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동시에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작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KIF는 올해 평균 환율을 1306원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1292원이었다. 원화 가치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다는 말이다.
작년 한 해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6월 1300원대를 넘어 9월 1440원 선을 돌파하며 1500원 돌파 여부에 대해 촉각을 기울였다. 올해 평균 환율이 그보다 더 높게 관측되면서 경제주체 특히 기업은 ‘킹달러(달러 초강세)’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승 구간별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기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1500원까지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4일 새벽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차는 사상 최대치인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자본유출을 일으켜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5월 11일 기준 한국 기준금리 : 3.5%, 미국 기준금리 5.25%)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고, 미국 은행권 불안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도 지속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향후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라 글로벌 달러화 지수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인 하락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