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대중교통이 사라지고 있다···대체 시골에 무슨 일이?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대중교통 아예 없는 시골 마을 2224곳이나 교통 복지 사각지대는 인구 소멸 예상 지역 지자체별로 1000원 택시·버스·여객선 운용 청송에선 시내버스 무료지만 자주 안 다녀
요즈음은 청년 후계농 대상의 강의를 다니느라 제법 먼 오지를 다닌다. 몇 시간의 만남이지만 청년 농과의 대화는 쉽지 않아서 꽤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청년 후계농 강의는 되도록 일찍 도착해서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려고 한다.
이번 강의는 청송이었다. 청송에서도 주왕산 옆의 임업연수원이었다. 서울에서 주왕산까지 승용차로 운전해서 가면 4시간이 넘는 거로 나온다. 대중교통을 사랑하는 나는 당연히 버스 편과 기차 편을 검색하였다. 서울에서 청송을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차로 가는 것보다 단순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에 딱 3번 있는 시외버스를 타면 되었다
그런데 강의 시작 시각이 한번은 오전 9시이고 한번은 오후 1시이다. 그러니 버스를 타봐야 소용이 없다. 가장 이른 차편을 타도 오후 2시에 도착한다. 결국 그 전날 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열차편을 조회했다. 청량리역에서 안동역까지 고속열차가 다닌다. 그러면 안동역에서 바로 건너편에 있는 안동 터미널에 가서 청송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안동에서 청송에 가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런! 하루에 3편이 있다. 그것조차 동서울터미널에서 오는 버스 그것이었다. 시간대가 애매하다. 결국 오전 9시 강의는 그 전날 가는 것으로 하고, 오후 1시 강의는 11시에 안동역으로 도착해 바로 렌트카를 빌려 가는 것으로 하였다.
오후 3시 반에 탄 버스는 저녁 8시에야 주왕산에 내렸다. 차에서 내리니 아무것도 없다. 나들이 철이지만 평일 주왕산에는 인적이 없다. 사람들을 목청껏 부르던 산채 집도 모두 문을 닫았다. 가로등만 켜져 있었다. 다행히도 안동 터미널에서 25분가량을 머물다 가기 때문에 터미널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일단 배가 고프지 않으니 다행이다. 연수원 옆 모텔까지는 걸어서 30분이다. 택시는 안 보인다. 카카오택시 앱을 열어 봤더니 30분 이내에 호출되는 차가 없다. 그렇다면 일단 가자. 30분 정도야 걸을 수 있지. 30분을 걸었다. 30분 동안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차가 딱 2대가 지나갔다. 나를 보고 놀랐는지 내가 차를 쳐다보자 급발진하여 간다. 캄캄한 도로를 한참을 걸으니 모텔이 나타났다. 무엇에 놀랐는지 개가 짖는다. 개가 반가웠다.
다음날 강의가 2시에 끝났다. 청송군은 시내버스가 무료란다. 올해부터 주민이나 관광객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무료로 시내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다.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했다. 버스 탑승 인증샷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리라 다짐했다.
연수원 앞 삼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주왕산 앞이고 근처에 대형 리조트도 있으니 버스는 자주 다닐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오지 않는다. 점점 외로워진다. 대낮에 외로움을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느낀다. 무료 버스라고 신이 나서 기다렸건만 버스가 와야 탈 텐데 오지 않는다. 버스비를 내고라도 타고 싶었다. 무료 버스라는데 아쉽다. 30분마다 한 대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결국 택시를 불러서 청송 터미널로 갔다. 청송에서 안동으로만 가면 서울로 가는 버스와 기차가 많다. 일단 청송을 빠져나가자는 목표를 잡고 청송 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갔다. 없다. 버스가 없다. 서울로 가는 버스가 없다. 오후 버스는 아까 갔고 저녁 6시에 있단다.
청송에서 버스를 타고 청송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은 오직 두 방향이었다. 안동과 대구이다. 안동은 하루에 3회. 대구는 7회이다. 고민스럽다. 안동으로 갈 것인가 대구로 갈 것인가. 서쪽으로 가서 기차를 탈 것인가 남쪽으로 내려가 기차를 탈 것인가. 무수한 고민을 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결국 안동으로 가는 버스를 저녁에 탔다.
차라리 주왕산이나 올라 갔다 올걸 그랬나 자책하였다. 청송을 빠져나오는 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우스웠다.
지금 지방은 대중교통이 사라졌다. 2021년의 ‘농림어업총조사 지역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내버스, 시외버스, 기차가 아예 없는 시골 마을이 2224곳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문을 닫고 있으니 지금은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와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터미널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폐업한 버스터미널은 전국적으로 18곳이다. 지방은 교통 사각지대가 되어 있다.
지방마다 대체 교통 수단이라는 것이 있다. ‘100원 택시’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택시를 부르면 지역 주민에게 하루 또는 한 달에 몇 차례를 100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머지 요금은 지자체에서 택시회사에 지불해 준다. 지방 주민에게는 매우 요긴한 제도라서 뉴욕타임스에도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 요금이 인상되어 1000원 택시로 운영이 되고 있다.
1000원 버스도 다니고 있다. 거제시 둔덕면은 마을버스를 1000원의 요금으로 운행하고 있고, 장성군도 관내 이용 버스를 거리에 상관없이 모두 1000원으로 정했다. 함양군은 남원시 인월을 경유하는 시외버스 요금을 1000원으로 묶었다.
단 군민 전용 교통 버스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청송군은 아예 무료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무료 버스 운행 이후 주민들의 이동이 활발해져 지역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나는 운이 없어서 무료 시내버스를 못 탔지만 무료 시내버스를 재미 삼아 타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한다.
1000원 여객선도 있다. 제주도와 전라남도와 같이 섬이 많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승선료를 지원하고 있다. 배를 타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섬 주민들은 매우 환영하고 있다. 인천과 백령도에 오가는 연안여객선도 인천 주민들에게는 할인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편도 6만5000원의 요금을 섬 주민도 부담하였으나 청와대 청원 이후 다행히도 1만4500원으로 내렸다.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라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이 논의되고 부상하고 있다. ‘사용자의 요구 사항에 따라 결정되는 운송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콜택시 방식을 버스로 확장하고 있다. 1시간 전에 행복 콜버스 회사에 전화로 예약을 하면 정해진 정류장으로 승합 버스가 온다. 지금은 마을과 읍면 소재지까지만 운행한다. 교통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시책인데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교통 복지 사각지대는 결국 인구 소멸 예상 지역과 맞닿아 있다. 교통약자는 보통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를 일컫는데 우리의 경우 시골에 살면 바로 교통 약자가 되는 셈이다.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곳이니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 사회는 승용차 운전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고령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대중교통 대안이 필요하다.
농업인에게 운전은 생계 수단에 가깝다. 지역 내에서 근거리 이동이나 농산물 물류 운송에 승용차나 트럭이 사용된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경작지에서 트랙터를 사용하는 것도 운전이다. 운전을 하지 않고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령자가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는 도시에서나 가능한 제도이다. 그러나 고령자가 점차 운전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감안하면 생계를 위한 운전은 불가피하여도 그 외의 이동을 위한 교통 대안은 매우 절실하다.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도 좀 더 개선해야 하는 공공서비스로 교통서비스가 나타난다. 은퇴한 귀촌인들은 교통서비스가 노인돌봄서비스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
며칠 후 또다시 청송으로 같은 시간대로 강의를 가야 한다. 이번에는 어떤 경우의 수로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승용차로 가자니 너무 멀고 피곤하다. 나 같은 환경주의자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나의 불편을 청송 주민들은 매일 겪을 것이니 공감 차원에서도 불편을 경험하고 해소하는 데 한몫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꼭 무료 버스를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