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 더봄] 설거지 블루스(2)-고속도로엔 차들이, 개수대엔 접시가 휙휙~
[송미옥의 살다보면2] 우여곡절 끝에 휴게소 설거지 알바 도전 밀려드는 손님에 순식간에 쌓이는 식판 허우적대다 보니 달인이 나타나 쓱싹~ 내일도 나오라더니 젊은 여인이 자리에
(지난회에서 이어짐) 드디어 설거지 개수대에 섰다.
우선 내가 본 휴게소식당의 위생 상태는 최고점을 주고 싶다. 엄격하고 까탈지다고 할 만큼 꼼꼼하다. 입구부터 소독기에서 나온 위생복과 신발을 착용하고 모자, 마스크, 비닐 앞치마를 입고 손을 빡빡(수세미로 손톱을 깨끗하게 씻으라는 낯선 문구가···) 씻고 입장한다. 또한 곳곳에 붙여진 표어가 잠깐이라도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신경 쓰이게 한다.
'잠깐, 청결 확인. 잠깐, 유효기간 확인'
저녁 식사 타임이라 주방 담당자들의 발바닥이 허공을 딛고 달리듯 분주하게 움직인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정신이 없다. 설거지쯤이야 했는데 내 앞에 가득 쌓인 식판을 보는 순간 내 기는 팍 죽었다. 이곳의 가장 인기 품목인 간고등어 정식은 화덕에 넣어 돌 판에서 구워지는데 ‘쫄깃쫄깃 야들야들’이란 손님들 표현처럼 물어볼 것도 없이 맛있다.
그러나 돌 판의 무게가 상당하다 보니 연약한 사람은 들기도 버겁다. 그날 저녁은 가는 날이 장날인 셈이었다. 하필 관광버스와 단체소풍객까지 한꺼번에 몰려 시끌벅적하고 외부와 내부가 연결되는 수거대엔 식판이 빽빽이 쌓여 밖이 보이지 않았다. 설거지하다가 도망가는 사람이 있다더니 실감이 났다.
얼마나 했다고 벌써 손가락에 신호가 왔다. 돌 판과 식판이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개수대 앞에서 허우적거리는 내 꼴이 어설프다 못해 답답한지 베테랑 한 분이 달려왔다. 순식간에 권투 글러브 끼듯 비장한 표정으로 고무장갑을 꼈다. 좀 쉬라고 하는 말과 동시에 달인의 설거지 시범이 펼쳐졌다.
식판에 널린 수저가 일등 분리되어 수저통으로 골인, 식판 위에 올려진 쓰레기 분리, 돌판 따로 받침대 따로 분리 후, 나머지는 개수대에 쏟아붓고 식판 분리.
‘착 착 착 착’ ‘차락차락 차라락’
1차 개수대에서 그릇을 한 바퀴 훑고 길쭉한 2차 개수대로 휙 던지면 동동거리며 물수제비처럼 날다가 사뿐히 처박힌다. 빈 그릇이 연속 공중돌기를 하며 이 칸에서 저 칸으로 옮겨졌다.
“크아!” 달인의 재빠른 손동작에 입이 쩍 벌어졌다. 이런 걸 행위예술이라 해야지. 그렇게 2차 작업으로 식판부터 착착 정리되어 세척기를 지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달인의 손이 지나가니 아무리 열심히 손을 놀려도 줄어들 것 같지 않던 내 키만큼 쌓인 식판이 금세 줄어들었다. 모든 일엔 가정용과 영업용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두 시간은 족히 지났을 거란 생각을 비웃듯 시계를 보니 30분이 겨우 지나고 있었다.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일해서 겨우 5000원어치 벌었는데 아까 거금의 핫바를 반만 먹고 버린 게 후회가 되었다. 내가 이 돈을 받으면 천장에 매달아 놓고 자린고비 행세하며 오늘의 수고를 기억하리라.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던 돈의 무게가 문득 생각났다.
잠깐,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에서 퍼온 글을 소개한다. 내륙지방의 생선 구경은 하늘의 별 따기. 안동은 가까운 영덕에서 나는 바닷고기를 옛 어른들의 지혜로 간절이로 이동되었다. 소금에 절인 고등어가 영덕에서 안동까지 소달구지나 지게에 져 나르는 동안 햇빛과 바람에 의해 자연적으로 숙성되고 굽이굽이 산길에 흔들리며 물이 빠져 간고디(안동 사투리) 자반고등어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에도 고등어 가격은 안동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동 간 고등어 하면 고등어 세계에서도 톱이다. 등 푸른 생선의 오메가3는 기본이요, 치매 예방에도 최고란다. 그전엔 안동에 사는 일반 서민이 명절이나 제삿날에나 먹을 수 있던 고급 음식이었는데 언젠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에 방문한 뒤 국민 음식으로 간 고등어의 위상이 격상되었다.
마칠 시간이 되자 팀장이 오늘 급한 상황에 도와줘서 수월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내일도 꼭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시작할 땐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더니 칭찬 들으니 마음이 변한다. 이참에 나이 드신 어른들이 동분서주 날아다니듯 즐거이 일하게 된 그 힘을 물어보고 싶다. 어떤 경험도 이야기도 무명작가에는 모두 글감이라지. 이거야말로 ‘임도 보고 뽕도 따고’다. 그래서 이 글도 쓰지 않는가. 하하하.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하니 젊은 여인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었다. 품위 있는 첫인상에서 우리와는 류가 다른 환경을 살아온 티가 난다. 첫 출근이란다. 가장 낮은 일자리도 뺏기게 생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