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불붙은 프랑스 대규모 시위··· 230만여명 참여에 경찰 108명 다쳐
임마뉴엘 마크롱 연금 개혁 반대 지난해 노동절 시위의 8배 규모
프랑스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경찰 108명이 다치고 시위대 291명이 체포됐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프랑스 르몽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파리, 낭트, 툴루즈, 보르도 등을 포함한 주요 도시와 소도시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계는 이날 파리 55만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3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노동절 시위에 참여했던 인원의 7~8배에 이르는 규모다. 8개 주요 노동단체가 집회를 열었던 2009년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르몽드는 전했다.
시위대가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출발해 나시옹 광장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이 발사체, 쓰레기통, 화염병 등을 던지고 버스정류장이나 상점에 낙서를 하거나 파손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 등을 사용해 진압했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 100여 명이 고급 호텔을 일시 점거했으나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낭트와 툴루즈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내무부는 이날 시위로 경찰 108명이 다치고 시위대 29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경찰 한 명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손과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프랑스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 법안을 처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표결을 우회하면서까지 연금 개혁을 강행한 데 대한 프랑스인들의 가라앉지 않은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에서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대 이외에도 급진적 환경단체 ‘멸종반란’ 회원들이 루이뷔통 재단 박물관에 오렌지색 페인트를 뿌리는 시위를 벌였다. 명품 매장이 밀집한 방돔 광장에서는 또 다른 환경단체 회원들이 법무부 청사 등에 오렌지색 페인트를 뿌리는 시위를 했다.
이날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노동절을 맞아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독일에서는 파업 제한 반대, 주4일제 도입, 산업별 협약임금 적용,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상대로 경찰이 최루가스와 곤봉을 사용해 진압에 나서는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기본소득 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시위를 벌였다. 스페인에서도 노동절을 맞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집회 70건이 열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