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좋은, 세계의 다양한 상추 이야기

[전지영의 세계음식 이야기] 피라미드에도 기록···페르시아 왕 식탁에도 올라 런던서 샐러드 요리사는 인기로 부 축적하기도 클라크 게이블과 심슨 부인이 사랑한 시저샐러드 중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먹는 줄기상추

2023-05-03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얼마 전 친정어머니가 텃밭에 모종을 심은 상추가 탐스럽게 자랐다며 상추를 한 아름 따다 주셨다. 부드럽고 반들반들 기름기가 있는 버터헤드(Butterhead), 중동과 이집트에서 전해진 아삭아삭한 줄기상추(Stem), 남미와 북미에서 전해진 라틴 상추 글라세(Grasse), 상추의 제왕으로 불리우는 스페인의 투델라(Tudela) 상추 등 정말 종류도 다양하다.

세계의 다양한 상추 /https://thisnzlife.co.nz/10-best-lettuces-healthiest-365-day-salad-supply

■ 페르시아 왕의 식탁에 올랐던 상추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상추에 쌈을 싸 먹는 문화가 있어서 상추라는 채소에 익숙한데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도 상추를 식재료로 이용해 왔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상추는 기원전 4500년경의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작물로 기록되어 있고, 기원전 550년에는 페르시아 왕의 식탁에도 올랐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재배 역사가 오래되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인 713년의 문헌에 처음 등장하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전래하였다고 추정되며 중국의 문헌에는 고려의 상추가 질이 좋다는 기록이 있다.

■ 영국 런던에서 샐러드 요리사는 큰 인기로 부를 축적하기도

영국 런던에서 샐러드 요리사는 큰 인기로 부를 축적하기도 한다. / https://feelgoodfoodie.net/recipe/how-to-make-salad-dressing

상추가 프랑스에 전해진 것은 중세 시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루이 16세 시기까지 상추는 더운 요리에 넣어 먹었다고 한다.

영국 런던에서는 비네그레트 드레싱을 뿌린 생상추가 큰 인기를 끌었다. 샐러드 요리사인 망명 귀족이었던 달비냑(d’Albignac)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샐러드에 드레싱 양념을 해주는 전문 요리사였다. 마호가니 나무로 된 전용 도구함에 드레싱용 재료인 각종 향신료와 오일, 발사믹 식초, 간장, 캐비어, 안초비, 송로버섯, 그레이비소스 등을 가득 넣어 식당 이곳저곳을 다니며 드레싱을 만들어서 샐러드에 뿌려주는 샐러드 요리사는 런던에서 유명한 전문 요리사로 큰 인기와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과 영국의 심슨 부인이 사랑한 시저 샐러드(Caesar Salad)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과 영국의 심슨 부인이 사랑한 시저 샐러드(Caesar Salad) /https://www.seriouseats.com

시저 샐러드는 시저 칼디니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요리사가 처음 만들었다. 당시 시저는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 남쪽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 위치한 티후아나(Tijuana)라는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 샐러드 재료가 부족해지자 상추를 비롯해 주방에 남은 재료를 모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시저 샐러드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시저 샐러드의 인기는 높아졌는데 마침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은 티후아나에서 시저 샐러드를 맛본 후 그 맛에 매료되어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소개하면서 유명 배우들이 티후아나를 찾아 시저 샐러드를 먹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티후아나에 다녀온 배우들이 시저 샐러드를 많이 찾게 되자 할리우드에서도 시저 샐러드를 파는 레스토랑이 생겨났다.

영국 에드워드 8세(Edward VIII, 윈저 공)가 왕위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한 여자 심슨 부인(Mrs. Wallis Warfield Simpson)은 1920년대에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를 방문했을 당시, 시저의 레스토랑에서 시저 샐러드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유럽 각국 요리사들에게 시저 샐러드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저 샐러드는 유럽에서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전까지 손으로 집어 먹던 시저 샐러드를 심슨 부인이 처음 칼을 이용해 한입 크기로 잘라 우아하게 먹었다고 한다.

■ 중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먹는 줄기상추

줄기상추(Lactuca sativa var. asparagina)는 중국에서 유래되었으며 두껍고 부드러운 줄기와 양상추와 비슷한 잎을 모두 먹는다.

쓴맛이 나는 유액을 제거하기 위해 겉껍질을 벗긴 후 줄기를 썰어서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길쭉하게 잘라 소스를 찍어 먹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육류, 가금류, 혹은 생선과 함께 센 불에 볶아 먹거나 줄기를 석쇠에 굽거나 삶아서 수프에 넣어 먹는다. 요즘 궁채 나물이라고 하여 건조한 상추 줄기를 이용하여 피클로 만들기도 하고, 물에 불려 들깻가루를 넣어 나물처럼 볶아서 먹기도 한다. 어리고 부드러운 잎은 샐러드에 넣거나 가볍게 구워서 먹기도 한다.

중국의 줄기상추 /https://www.doopedia.co.kr/photobox/comm/community.do?_method=view&GAL_IDX=170824001072550

상추의 잎줄기에 있는 우윳빛 즙액(later)인 락투카리움(Lactucarium) 성분은 심신을 안정시켜 스트레스와 통증, 불면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상추를 많이 먹으면 졸린다는 것도 이 성분 때문인데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두통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상추는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 해소에 효과가 있으며 풍부한 수분과 다량 함유된 비타민 A와 C는 피부를 윤기 있고 탄력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올해 처음 수확한 상추 한 아름을 가지고 고기를 볶아서 상추쌈은 기본이고, 서양식 시저 샐러드도 한번 해 먹고, 상추에 부침가루와 계란 물을 입혀 상추전, 들깨를 듬뿍 넣고 볶은 줄기상추 궁채 나물 등 풍성하지만 몸이 가벼워지는 식탁, 상추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