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팩토리 유치 기대감 모아져도···車 소비심리 위축 심각
테슬라코리아, 실적 부진 차량구매의향지수 역대 최저 강성 노조도 유치에 걸림돌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을 만나 기가팩토리(테슬라 제조공장) 한국 투자를 논의하자 국내 유치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아시아 기가팩토리의 투자 규모는 5조원에 이르고 고용 창출 효과도 2만5000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태국과 유치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기가팩토리에 입지·인력·세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머스크 회장은 “한국은 기가팩토리 투자지로서 매우 흥미롭고 여전히 최우선 후보 국가 중 하나”라고 답했다.
기가팩토리 유치를 희망하는 국내 지자체는 37곳에 이른다. 각 지역 정가에선 스스로가 적임지임을 내세운다. 대통령 방미 후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은 "기가팩토리를 위한 맞춤형 외국인 투자단지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동차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 △미국 등 FTA 체결 상황 등을 한국이 가진 강점으로 꼽는다. 산업부는 테슬라에 대해 국가전략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 자격으로 투자금의 최대 50%까지 현금지원과 세제와 입지 등 다각도의 혜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국내 수요 부족으로 인한 테슬라 실적 부진이 한계로 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김경호 대표를 교체했다. 이후 테슬라의 태국·대만 지사장인 이본 챈 대표가 한국 지사장을 겸임한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58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7.2%씩 감소했다.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미국 테슬라 본사가 지난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36억5600만 달러(약 18조97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머스크 회장이 오는 2030년 전기차 연간 2000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반면, 3월 국내 차량구매의향지수는 8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차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이날 국가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차량 구매 의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3월 국내 VPI 지수는 69.8로 지난 2월(62.6)과 2022년 10월(63.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6.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구매심리가 소폭 살아났으나 아직은 고금리·가계경제 악화로 한국과 글로벌 모두 자동차 판매 시장 전체가 경직된 상황"이라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구매를 원하는 이들의 소비심리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체계적인 판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일부 노동조합이 파업을 일삼는 것은 테슬라가 보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테슬라는 노조가 없다. 머스크 회장은 트위터 인수 후 대량 해고를 단행해 '해고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 개혁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적 성과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계명대학교 강연에서 "강성노조가 노동계를 장악하는 한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제조업을 하러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태구 동의대학교 미래형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어쨌든 일자리는 있어야 되니 싹싹 빌든 강력하게 요구하든 우리나라에 공장이 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며 "경제라는 건 물의 흐름인데 테슬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더 잘해주는 곳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있다고 해서 미국은 파업 안 하나, 아무리 파업을 해도 우리나라 와서 먹고 얻을 게 있으면 들어올 것"이라며 "정부가 법의 잣대를 노든 사든 어떠한 원칙을 지켜가는 사회가 되면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