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보증금 반환' 여야 이견···피해자들 "불안 여전"

野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원희룡 "구상해도 사실상 회수 불가" 법사위 지방세 개정안 의결

2023-04-26     이상무 기자
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 사기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이 회견은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주최했다. /연합뉴스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은 27일 본회의 가결 예정이지만, 피해자들이 구제 대책 핵심으로 꼽는 '보증금 회수 방안'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전체 회의를 열고 법안을 심사했다. 지방세 개정안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먼저 갚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여야는 우선매수권과 저리 대출을 골자로 하는 '전세 사기 특별법'을 내달 2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기에는 임차인이 주택을 낙찰받기를 원하면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집을 사지 않고 계속 살기만 원할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최장 2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긴다. 해당 주택을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도 깎아주고, 여력이 부족할 경우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110여명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여 특별법이 다양한 피해 유형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안상미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보증금반환 채권매입 방안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여당 특별법은 경매가 진행되지 않은 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불안한 상태에 있을 대다수 피해자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박순남 씨는 "생업을 포기하고 대책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온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나온 대책은 극소수 피해자에만 해당하는 긴급 거주 지원과 또다시 대출을 내어줄 테니 전세를 가라는 것뿐이었다"며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서는 피해 금액을 온전히 회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에 정부는 피해를 모두 국가가 보전할 경우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셈이 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대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선 보상·후 구상'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정부여당은 혈세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방안에 대해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다만 그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정부 내 방침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보증금 반환채권에 쓰인 돈은 구상권 청구를 통해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에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법사위는 이날 전세 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가 받는 제재를 강화하는 감정평가사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관련 범죄 행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그 자격을 취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사위는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도 논의한다. 안건 순위가 맨 뒤에 있어서 심사 결과는 이날 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서도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까지 거론하며 막는 만큼 27일 본회의 직회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노란봉투법을 주도한 정의당은 당장 직회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미 환노위에서 양보와 타협이 이뤄져 손해배상 소송을 제어하는 장치를 못 담은 법안"이라며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체계 및 자구 심사 권한 남용을 민주당도 알 텐데 답답하다. 처리를 미루는 건 기득권 정당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반면 환노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전날 "법사위에 상정된 후에 (법안이) 계속 심사 중"이라며 "'쌍특검'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