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여름까지 있겠다던 송영길, 당내 압박에 결국 ‘조기 귀국’

총선 악재 우려 당 안팎 압박 ‘백기’ 돈 봉투 의혹에는 ‘모른다’ 말 아껴 송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

2023-04-23     최주연 기자
올여름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겠다며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미뤄왔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결국 ‘탈당 및 조기 귀국’으로 태도를 바꿨다. /연합뉴스

올여름까지 프랑스 파리에 머물겠다며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미뤄왔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결국 ‘탈당 및 조기 귀국’으로 태도를 바꿨다. 당내 거센 압박에 끝내 백기를 든 모양새다. 송 전 대표는 여전히 돈 봉투 의혹에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22일(현지 시각) 송 전 대표는 파리 3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상임고문 자리에서도 사퇴한다”며 “지역위원장도, 당원도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검찰의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일찌감치 지목됐음에도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조기 귀국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에 머물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로 활동 중인 그는 애초 예정대로 올해 7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공언해 왔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19일(현지 시각)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기 귀국 여부 등에 대해 "토요일(22일)에 말씀드리겠다"면서 답변을 미뤘다. 그 사이 민주당에서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여러 채널로 송 전 대표를 접촉해 조기 귀국 및 사태 해결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당 대표 입장이라도 얼마나 곤혹스러운 상황이겠는가"라면서 "의원님들의 그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비난은 내년 총선 악재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가 당 대표 시절 '부동산 의혹'으로 당내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같은 원칙은 제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당을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고군분투하여 이겨내신 12분의 의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하도록 하겠다"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던 사정이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 소환도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인 송 전 대표의 정치적 명운은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배에 달렸다.

당내 일각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주장하며 크게 문제 될 소지가 없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정근(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 파일 가운데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인지 또는 개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내용도 있는 등 이번 사태의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