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사태 심각해지자 이제야 입법 속도 내는 여야

세 명 목숨 잃고서야 정치권 대책 마련 여야 각각 TF꾸려 피해자 구제 방안 논의 당정, 피해자 거주 우선 매수권 부여 검토 민주당,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촉구 중

2023-04-20     오수진 기자
20일 오후 대전 서구 도마동 다가구주택 골목에 한적함이 흐르고 있다. 서구 다가구주택 임차인 20여 명은 지난 3월 대전 서부경찰서에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며 임대인 A씨와 다른 임대인 B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올 들어서만 전세 사기로 세 명이 목숨을 잃자 정치권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건 후 4차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여야는 정쟁으로 그간 시간을 허비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여야는 피해주택 경매 유예와 피해 임차인 저리 대출 등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피해주택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는 것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피해자에게 거주 주택 우선 매수권 부여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피해자에게 먼저 전세 보증금을 지원하고 추후 공공기관이 이를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참석한 전세 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대책 마련 당정 협의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피해주택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충분한 거치 기간을 둬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갑작스럽게 쫓겨나거나 선순위 채권자에게 밀려 전세금을 떼일 수 있어서다. 피해자가 우선 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고, 전세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박 의장은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에 경매 유예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금융기관이 제삼자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우선매수권이 바로 피해자 구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07년 세입자가 최고가로 주택을 매수해야 해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세입자가 많지 않았다. 이에 공공이 해당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안까지 추진돼 2021년에야 약 6만 채의 부도 임대주택 처리가 마무리된 바 있다.

당정은 조직적 전세 사기는 범죄 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고 공공의 재산을 추적해 범죄수익을 전액 몰수하는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또 피해 임차인이 많은 지역을 찾아가는 상담 버스도 21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전세 사기 대책 긴급간담회를 열고 실질적 피해 보상을 위한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방안을 촉구했다. 조오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 사기 방지·구제 범정부 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행정안전부,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와 기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보호 대책은 △정부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세 사기 방지·구제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 △전세 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 대폭 완화 및 저소득층 대상 전세 반환보증보험료 전액 지원 △전세 사기 물건에 대한 경매 중단 및 보류 △피해자 선지원 후 구상권 청구 △피해 입증 시 긴급 저리 대출 시행 △전세 사기 피해접수센터 발족 등이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전세 사기)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데 4월 중 국토위에서 상정하고 심의해 최대한 빨리 입법하도록 노력하겠다.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에서 발의하는 법도 최대한 빨리 협조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최대한 협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