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부모 돌보는 영케어러···서울시, 900명 선발 지원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

2023-04-20     이상헌 기자
가족 돌봄 청년 '영케어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가족 돌봄 청년 '영케어러(young carer)'는 만성적인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인 문제나 알코올 약물의존 등을 가진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소년 또는 청년을 이른다. 

서울시가 영케어러 900명을 발굴해 지원한다. 가사를 전담하거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동을 하는 청소년·청년 가운데 특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뽑았다.

20일 서울시가 14~34세 청소년·청년 298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900여 명이 장애 또는 질병을 앓는 가족 구성원을 돌보거나 생계를 부담하는 돌봄 청년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발굴한 900명 중엔 여성이 598명, 남성이 302명으로 여성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돌보는 대상은 주로 조부모와 부모였다.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는 응답이 28.2%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 26.1%, 어머니 25.5% 순이었다. 돌봄 대상자가 여럿 있는 경우도 상당했다. 돌봄 청년들은 돌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592명으로 전체의 65%였다. 200만~299만원은 전체의 24%, 300만원 이상인 경우는 11%에 그쳤다.

가족 돌봄 청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경제적 지원이었다. 주거비 부담이 필요하다고 답한 청년이 66.6%로 가장 많았고, 기초생활 해결이 어렵다고 답한 경우도 64.1%나 됐다. 생계유지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학습·취업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43.9%였다.

그럼에도 정작 돌봄 청년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사항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했다. 외부 지원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 76.4%가 '전혀 모른다' 혹은 '들어본 적 있으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번 서울시 영케어러 참여자는 종합병원,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복지사례관리대상자 등지에서 모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립 준비 청년, 고립·은둔 청년 등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전담 지원하는 기구를 만들어 개별 사례를 관리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