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봄철 입맛 살리는 데 안성맞춤···세계의 샐러드 채소들
[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로마인의 상추 로메인, '시저스 샐러드' 별칭 '수도사의 턱수염' 벨기에의 치콘(엔다이브) 톡 쏘는 매운 향이 나는 이탈리아의 루콜라 네덜란드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방울양배추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면 왠지 모르게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도 없어진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서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듯 우리 몸의 세포도 봄날의 왕성한 활동을 재개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봄철에는 특히 수분과 비타민 공급을 잘 해주어야 춘곤증도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 등을 다양한 소스와 곁들여 먹는 샐러드는 봄철 입맛을 돋우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공급해 주는 데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샐러드의 어원은 라틴어의 살라트(Salat), 즉 소금이라는 뜻의 언어에서 유래되었다.고대 로마에서 생채소를 먹을 때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려 먹은 것에서 샐러드라는 말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샐러드용 채소로 양배추, 상추, 치커리, 양상추, 깻잎, 겨자채, 비타민 등의 채소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서양식 드레싱을 뿌려서 먹기도 하지만 한국적인 겉절이 양념에 버무려서 먹는 경우도 많다.
■ 로마인의 상추 로메인
요즘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로메인상추는 기존 상추보다 질감이 더 아삭하고 주름이 없고 초록색을 띠고 있어서 청상추라고도 한다. 로메인 상추는 '로마인의 상추'라는 뜻으로 로마인들이 대중적으로 즐겨 먹던 상추라 하여 붙여졌다. 특별히 로마를 지배했던 시저(카이사르)가 좋아했던 채소라 하여 '시저스 샐러드(Caesar's Salad)'라고도 한다.
상추의 한 종류이지만 배추처럼 잎이 직립하여 포기지며 자란다. 잎은 광택이 있고, 잎줄기는 두껍고 넓다. 씹는 맛이 아삭아삭하며, 일반 상추와 달리 쓴맛이 적고 감칠맛이 난다.
매일 섭취하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주고 잇몸을 튼튼하게 해 주며, 출산한 여성의 경우에는 모유의 분비량을 증가시켜 주기도 한다.
크루통에 파르메산 치즈, 레몬즙, 계란, 마늘, 올리브오일, 우스터 소스로 만든 드레싱에 버무려 먹는 시저 샐러드에 주로 사용된다.
로메인 상추는 아삭아삭한 식감은 물론 향긋하며 즙이 많아 주로 샌드위치, 샐러드의 주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추와 함께 쌈을 싸 먹는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 수도사의 턱수염(barbe-de-capucin)으로 불리는 벨기에의 치콘(엔다이브)
꽃상추의 일종인 치콘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샐러드 채소로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생산되었다 하여 벨기에 엔다이브(Belgium Endive)라고도 부른다.
흰색 잎이 촘촘히 붙어 있으며 곧고 뾰족한 모양이 마치 수도사의 턱수염처럼 생겼다고 하여 벨기에에서는 수도사의 턱수염(barbe-de-capucin)이라고 불리며, 영국에서는 벨기에 치커리, 독일에서는 브뤼셀 치커리로 불리고 있다.
특히 치콘에는 이눌린(천연 인슐린)이 함유되어 있어 당뇨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섬유질이 풍부해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주로 생으로 비트, 경성 치즈, 호두, 사과, 오렌지나 자몽 과육 세그먼트 등과 함께 넣고 비네그레트로 드레싱 하여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익혀서 먹기도 한다.
작은 배추처럼 생겨서 구운 고기 요리에 가니시로 사용해도 좋고 다양한 채소와 고기로 소를 채워 넣어 그라탱처럼 노릇하게 구워 먹는 조리법도 있다.
■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의 톡 쏘는 매운 향이 나는 루콜라(rucola)
루콜라는 이탈리아 요리인 샐러드나 야채 볶음, 파스타, 피자 등에 즐겨 쓰이는 채소로 고소하면서도 쌉쌀한 맛과 함께 톡 쏘는 매운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집트에서 많이 재배되며 고대 로마에서는 루콜라의 잎과 씨를 매우 소중히 여겼다. 루콜라 씨는 기름으로 짜서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루콜라 오일은 마약으로 사용하기도 하여 1세기경 수도원의 뜰에서는 루콜라의 재배를 금지하기도 했다.
루콜라에 함유된 특정 생리 활성물질인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며 난소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고 한다.
꽃이 피기 전에 잎이 가장 부드럽고 톡 쏘는 맛은 가장 약하여 꽃이 피기 전에 재배한 루콜라가 주로 사용되며 잎과 꽃을 다 식용으로 이용하는 채소이다.
루콜라 샐러드에는 사과, 서양 배, 파르메산 치즈, 견과류, 병아리콩 등을 첨가하여 발사믹 식초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첨가한 새콤하고 담백한 맛의 소스를 주로 사용한다.
■ 네덜란드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방울양배추
방울양배추는 방울 모양의 작은 양배추로 식감이 부드럽고 주로 익혀서 먹는 채소다. 5세기에 북유럽에서 처음 먹기 시작했고 16세기경 네덜란드에서 인기 있는 채소로 각광받고 있다.
방울양배추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은 해독작용과 소화 기능을 돕고 노화 방지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방울양배추는 일반 양배추보다도 단백질과 비타민 K의 함유량이 많아서 혈당조절과 소화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방울양배추는 구워서 먹었을 때 가장 당도도 높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파마산 치즈와 버터, 발사믹 식초, 베이컨, 피스타치오, 잣, 겨자, 밤, 후추 등과 섞어서 먹으면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물에 데친 후 육류 요리에 곁들여 먹기도 하며 그라탱이나 퓌레를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샐러드를 주요리에 곁들여 먹기보다는 한 끼 식사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샐러드는 어떤 재료를 조합하고 어떤 드레싱을 뿌려서 먹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입맛을 잃기 쉬운 봄날에 신선한 채소와 새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 한 접시가 우리 세포에 활력을 넣어주는 최고의 보양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