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멋과 만난 전통 기와···김건희 여사 "한국의 얼과 어우러져"

프랑스 건축 거장의 한국인 제자 김중업 김중업 설계 1962년 완공 프랑스 대사관 반세기 만에 리모델링 '현대적 감각 결합'

2023-04-17     김현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주한프랑스대사관이 '김중업관'으로 새 문을 열었다. 앞서 대사관은 한국 현대 건축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신축 대사관 개관식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7일 주한 프랑스대사관에 따르면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과 김건희 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신축 대사관에서 이날 개관식을 열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건물은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이자 프랑스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였던 고 김중업 선생의 설계로 1962년 완공됐다.

한국 전통가옥의 곡선을 모티브로 한 집무동 콘크리트 지붕의 처마 선은 한국 전통문화와 프랑스의 현대적 감각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구조 안전성 문제로 여러 차례 증·개축해 본래 형태가 변형됐다. 건물의 상징인 지붕의 형태가 변했고 기둥만 자리했던 1층 개방 공간은 실내 공간으로 변형됐다.

2015년 프랑스 외교부가 한·프랑스 관계의 위상 강화 등을 고려해 대사관 건물의 현대화 필요성을 발표한 뒤 원형대로 공간미와 곡선미를 살려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장이브 르드리앙 당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신축 착수식이 개최됐고 콜로나 장관 방한과 함께 5년 만에 신축 대사관의 개관식이 열렸다.

신축 주한프랑스대사관 /여성경제신문

이번 김중업관 리모델링은 지붕 모양을 날렵하게 되살리고 1층을 개방 공간으로 되돌리는 등 원형을 복원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도 추가했다.

대사관 신축을 주도한 조민석 건축가는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대사관이 도시(규모)가 커진 만큼 존재감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무실 수용 인원이 100명이 돼야 하는 등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한 건축물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는 "김중업 선생께서 한국의 얼과 프랑스의 고유한 우아함을 표현할 방법을 두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보니 한국의 얼과 프랑스의 고유한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탄생한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여사는 대사관 건물에 새겨진 한국전쟁 참전용사 이름을 거론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한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건물인 집무동과 대사 관저에 더해 고층 타워동인 '몽클라르관'과 갤러리동 '장-루이관'이 새로 지어졌다. 두 건물엔 6·25전쟁 당시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대대장 랄프 몽클라르 장군, 한국군 부사병을 구하다 산화한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의 이름을 각각 붙였다.

콜로나 장관은 축사에서 "(이들의) 이름이 이번에 신축된 건물에 명명됨으로써, 그들 모두의 기억이 이곳에 살아 숨 쉬게 되었다"고 기렸다. 그러면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서울시민을 향해 활짝 열린 대중의 접근이 가능한 곳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외교가 요구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