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못 잡는 휘발유價···구조적 인플레이션 韓 덮쳤다
근원물가 상승률 보면 작년 5월보다 위험 통화 인플레 잡고도···사우디발 감산 복병
러시아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갑작스런 감산 조치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구조적 인플레이션'(structural inflation)을 심화하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리터에 1631.1원으로 한 주 전보다 30.2원 올랐다. OPEC+가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을 감산한다는 계획이 전해지면서 국내외 유가는 급등 추세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29.8원 상승한 1710.1원을 넘어섰다. 또한 같은 기간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13.5원 오른 1534.3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판매가는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상승했으며, 경유 가격도 지난 20주 동안의 연속 하락을 거쳐 상승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이 전주 대비 29.8원 오른 1710.1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국 평균가 대비 79원 높은 수준이다. 최저가 지역인 울산도 전주 대비 35.6원 올라 1606.7원을 기록했다. 울산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국 평균 대비 23.5원 낮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가 1641.6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597.8원으로 최저가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 조치와 함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이동수요와 여행객 증가로 꾸준히 상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하반기 전략비축유 재구매 가능성도 유가 상승 요인이 된다. 지난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2.94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역시 비상상황을 선포해야 할 정도로 흐름이 나쁘다. 지난해 5월 중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50원을 넘으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소비자물가가 4%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유가 파동이 덮치기 전인 올해 2월의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5.6% 수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내 한은이 긴축 정책을 펼치며 기준 금리를 3.5%까지 올리는 방법으로 통화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완화했겠지만 결국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실패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인플레이션은 전체의 수요가 초과하지 않은 때에라도 특정 산업의 산출물에 대한 수요가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가격상승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1차 세계대전 국면(1916~1920년), 2차 세계대전 국면(1941~1948년), 오일쇼크 국면(1973~1981년)에서 연간 10%가 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