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인플레이션’ 글로벌 리스크로 급부상‧‧‧빈살만의 역습

리스크 1위 인플레‧‧‧긴축>침체>신용위험 순 美 물가 둔화됐지만 국제유가 리스크 남아 김위대 “3월 물가 집계, OPEC+ 감산 이전” 은행권 불안도 잔존‧‧‧선진국→신흥국 확산

2023-04-14     최주연 기자
미국 물가 둔화와 은행 사태 등으로 글로벌 리스크 뒤편으로 서는가 싶었던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이 다시 전면에 설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감산 소식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다. 사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EPA=연합뉴스

미국 물가 둔화와 은행 파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리스크 뒤편으로 서는가 싶었던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이 다시 전면에 설 전망이다. 잊을 만하면 유가 상승 이슈가 떠오르면서 세계인의 인플레 공포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감산 소식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인플레 이슈가 다시 돌아왔다. 물가 둔화 호재는 유가 상승 악재로 상쇄되면서 또다시 물가 지표를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귀환이다.

“3월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지난 2일 기습적으로 예고된 OPEC+의 감산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지만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

14일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본지에 인플레이션 이슈가 글로벌 리스크로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이번 미국 물가는 3월 자 집계고 감산 결정은 그 이후인 4월 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작년 7월 9%대 최악의 물가를 경험했던 미국은 3월 물가가 5%로 뚝 떨어지면서 우려했던 긴축 가능성이 다소 옅어졌다. 전달(6%)보다도 1%포인트나 하락했다. 전날 1326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물가 발표 이후 1310원을 하회했고, 이날 환율은 1300원대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현재(오후 1시 47분 기준) 1296.3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가 재점화한 OPEC+발(發) 인플레가 여전히 지구상을 맴돌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가 지난 6일 발표한 ‘4월 글로벌 리스크 워치’는 ‘高인플레이션 지속’을 주요 리스크 1순위로 지목했다. 이는 감산 소식(2일) 직후 보고서가 작성되면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됐던 영향이다.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가 지난 6일 발표한 ‘4월 글로벌 리스크 워치’는 ‘高인플레이션 지속’을 주요 리스크 1순위로 지목했다. /국제금융센터

당시 국제금융센터는 주요 리스크에 인플레 다음으로 △통화 긴축 강화 △경기침체 △신용위험 △자산 가격 조정(하락) △은행권 불안 재연 △지정학적 리스크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센터는 매달 초 글로벌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의 지표 동향, 설문 조사, 검색 빈도 등을 반영해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OPEC+ 감산이 국제유가를 배럴당 5달러 상승시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유가 상승은 전 세계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전히 주요 위험 요인으로 역할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김 부장은 인플레가 리스크 순서에서 크게 밀리진 않겠지만 4월만큼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 압력 평가를 할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3월 PPI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하며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둔화했다. CPI와 PPI 양 지수가 완연한 둔화세를 보인다.

“다음 조사 기간인 5월 초에 유가 상승분이 실제 인플레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컨센서스를 가지냐에 따라 순위가 좀 내려갈 수도 있다.”

신규 진입한 ‘은행권 불안 재연’
선진국 위기 신흥국 전염 가능성

국제금융센터의 4월 글로벌 리스크 워치에는 은행권 불안 재연이 눈에 띈다. 3월 있었던 SVB 사태,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 글로벌 은행의 위기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선진국 은행권을 중심으로 일어난 은행산업 리스크가 신흥국 은행들로 이동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김 부장은 글로벌 시장 투기 세력의 ‘태핑(TAPPING, 두드려봄)’에 주목했다.

“태핑은 불안해 보이는 은행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를 매수해 가격이 올라가는지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CS도 이러한 태핑의 과정이 있었다. 시장 투기자들이 CDS를 매수해 가격이 갑자기 뛰면서 도이체방크에서 UBS로 넘어갔다.”

시장은 도이체방크도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며 또다시 태핑(두드려 봄)을 시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은 도이체방크도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며 또다시 태핑을 시도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 CDS는 처음 매수 직후에는 가격이 올라갔지만 독일, EU 등 정책당국이 진화에 나섰고 재무 상황 개선 보고서가 나오자 CDS 매수는 중단됐다.

이처럼 CDS 태핑은 취약한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CDS 매수 후 가격이 뛰는지 안 뛰는지 추이를 점검한다. 불안한 은행의 경우 CDS 매수 시 가격이 급등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위스 굴지의 은행이었던 CS가 며칠 만에 인수 합병됐다.

최근 글로벌 금융업계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CDS 매수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 위기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과거 남미 지역의 경우도 미국 긴축 2~3년 후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고금리 파장은 선진국 은행에서 신흥국 은행으로 전파되는데 시차를 두고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유럽 등 선진국 은행의 건전성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