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간호법 제정안 野 압박에···尹 '거부권' 두고 고심
간호계·의료계 이해관계 복잡 尹 지지도 4%p 하락한 27% 김행 "거부권 가벼운 정치행위 아냐"
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가 가까워지면서 대통령실이 이번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고심하고 있다. 여권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달리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윤석열 대통령 앞엔 복잡한 경우의 수가 놓인 모양새다.
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간호법은 향후 여야 간 논의 상황을 더 지켜본 다음 대응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면허·자격·업무 범위·처우 개선 등을 담은 법안이다. 의사단체들은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간호계 입장과 같아 전날 간호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치려고 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김 의장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을 표결하지 않은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장이 간호법을 안건으로 상정해주지 않아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27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원칙대로 간호법과 의료법을 포함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수정하고 간호사 업무를 의료법에 존치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시간 끌기용 꼼수라며 일축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이달 중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해 국민의힘으로서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에서 통과돼 넘어온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재의요구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다. 간호법이 같은 절차를 밟을 경우 두 번째 재의요구가 곧바로 이어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개월 만에 2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현 시점에선 거부권 강행이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와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 외교와 관련된 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5%를 기록했다.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권에선 국회 논의를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간호계와 의료계 입장이 갈리는데 지금 시점에서 어떤 입장을 밝히면 좋을 게 없지 않느냐"며 "어쨌든 의료계 대란을 막는 것이 중요한데 국회 표결 결과와 전체적 상황을 보고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전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2016년도에 박근혜 대통령 때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신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 이어진 건데 굉장히 오랜만"이라며 "그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절대로 가벼운 정치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안이 재상정될 오는 27일 윤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도 산적해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대야관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