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홍준표와 '헤어질 결심'···당 내홍 잦아들까

명예직 상임고문서 해촉 洪 거친 발언에 불편 관계 전문가 "대권주자 내치기"

2023-04-13     이상무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홍준표 대구시장을 명예직인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당 지도부와 원로인 홍 시장은 잇딴 신경전을 벌여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해촉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우리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것이 그간 관례였다”며 “그에 맞춰 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당 지지율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대구시장직을 맡고 있지만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를 2번 역임한 홍 시장의 풍부한 경험이 조속한 당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시의 판단 때문이었다.

홍 시장은 상임고문 해촉 즉시 페이스북에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런다고 입막음 되는게 아니다"라며 "나는 이팀(김기현팀)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남는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의 불씨는 전광훈 목사였다. 앞서 홍 시장은 SNS에 여러차례 글을 올려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 목사 칭송 발언에 대한 미온적 대처를 지적하며 김 대표를 거칠게 비판한 바 있다. 

다만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을 감싸지는 않았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중앙윤리위원회 구성을 완료, 징계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도대체 무슨 약점을 (전 목사에) 잡힌 건가? 총선이 1년밖에 안남았는데 참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일에는 당 지지율 하락을 거론하면서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윤계에선 이례적 해촉 조치를 한 지도부에 화살을 돌렸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연대 포기탕'이냐"면서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는 국민의힘이 홍 시장의 '자기 정치'를 견제하고 있다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차기 대권 주자군 제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를 다 쳐냈잖느냐"며 "이들이 당권을 쥐면 그쪽으로 권력의 무게 중심이 확 옮겨갈 거라는 불안감이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홍 시장이 정치적 발언 빈도와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존재감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조금 제어해야 될 필요성을 느낀 건데 당 내홍이 지속되면 전체적으로 볼 때 조기 레임덕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