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포탄 150만발 추가 주문?···풍산그룹 주가도 고공행진
수출 무기에 155mm 포탄은 필수 소모품 해외공장 설립 가시권···류 회장 수완 기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포탄 수급이 부족해지면서 구리합금 등 비철금속 업체인 풍산이 잭팟을 터트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지역 영토 회복을 위한 반격을 본격화한 9월 28일부터 이날까지 풍산의 주가는 2만4250원에서 4만400원으로 1.6배 넘게 뛰어올랐다. 풍산은 5.56㎜ 소총 탄알부터 155㎜ 곡사포탄, 대공포탄, 박격포탄, 전차포탄, 함포탄을 제조하는 방산업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풍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위사업청(1167억원) △현대로템(293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47억원) 등과 총 5748억원어치 공급계약을 맺었다. 자세한 계약조건은 보안 관계로 밝힐 수 없지만 지난해 방산 관련 매출만 9008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한 달 동안 맺은 방산 관련 공급계약 규모는 직전년도 수익과 맞먹는다. 특히 155㎜ 포탄의 경우 미국이 수출 확대를 요청할 정도여서 올해 역시 실적 급등 기대감이 크다.
풍산과 가장 거래가 많았던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후방기지 격인 폴란드 군비청과 K2전차 180대 공급 계약을 맺고 보급 중에 있다. 여기 더해 올해 상반기에도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루마니아와도 협약을 맺는 등 무기 수출을 늘리는 모습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지원을 진행 중인 폴란드에 KAI가 수출한 경공격기 KA50(총 48기)에도 풍산의 포탄이 사용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말 155mm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판매하는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올해도 지난해 다섯배 규모인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이날 동아일보가 전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포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대여 방식으로 제공된 포탄은 같은 물량을 되돌려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부합한다.
50만 발은 지난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포탄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할 만큼 많은 양으로 실속은 풍산이 챙기고 있는 셈이다. 풍산의 방산부문의 매출 비중은 30% 내외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중반대로 주화 제조 부문에 비해 훨씬 높다.
EU는 우크라이나에 12개월간 100만 발의 155mm 포탄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폴란드에 탄약공장을 건설하는 논의가 추진 중이다. 역외 기업은 일단 배제되었지만, 국제외교 실력자로 24~28일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 기간 전국경제연합회가 주관하는 한미 재계 만남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류진 풍산 회장의 수완이 통할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포인트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란드에 수출한 전차 및 자주포에 필요한 소모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내 생산 역량 부족으로 방산 제조역량 관련 투자 확대 시 풍산의 공장 해외 진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