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지도 꺼내 수도권 가리킨 김정은, 태양절 도발 가능성?
노골적 대남 위협, 서울 수도권·평택 등 추정 北, 7일부터 나흘째 불통···일방적 차단 무게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화에 불응하고, 동·서해 군 통신선 통화도 나흘째 두절 중이다. 정부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신을 차단한 것으로 보는 가운데 북한 매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지역을 가리키며 목표물을 표시한 작전지도까지 공개되면서 북한이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6차 확대회의 소식을 통해 김 국무위원장과 군 고위 간부들이 남측 지도를 펴놓고 수도권을 가리키며 군사 전략을 논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회의장에 펼쳐진 남한 지도에서 수도권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당 위치는 주한미군 기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시 인근으로 추정된다고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북한 매체는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억제력'은 핵 공격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처럼 작전지도를 꺼내 회의를 공개한 것은 다섯 번째로 알려진다. 2013년 3월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 작전지도, 2016년 7월에는 탄도미사일 남한 타격 지점 작전지도, 2017년 8월에는 남한지역을 4등분한 전략군 미사일 타격 작전지도, 지난해 6월에는 남측 동부전선 일대가 나타난 작전지도를 공개했다.
작전지도 공개 후 북한의 도발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남측 지역에 대한 대형 전략적 도발 감행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직전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차 확대회의의 실천적 조치들을 되돌아볼 때,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정상 각도의 ICBM 발사에 대해서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15일은 북한이 민족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나온다. 북한은 해마다 태양절 전후 도발을 했고, 지난해에는 태양절 다음날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 두 발을 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그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와 기구편제적인 대책들을 토의했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용산 대통령실, 평택 주한미군 기지, 계룡대 등을 타격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및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 평택항을 대상으로 하는 '수중핵전략무기'(핵어뢰) 수중폭발 훈련, 모의 핵EMP탄 타격 훈련, 한국의 서쪽 지역에 대한 무인기 침투 등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장관 성명에서 "북한은 그동안 우리의 통지문 접수를 거부하는 등 남북 간 연락업무에 무성의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데 이어 급기야 7일부터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간 정기 통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평일 오전 9시에 업무 개시 통화를 하고, 오후 5시에는 마감 통화를 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7일부터 연락사무소를 이용한 우리 측 정기통신 시도 모두를 '무응답'했다. 동·서해 군 통신선 역시 마찬가지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 통신 연락선 단절 규탄에 이어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자산을 무단 사용하는 것에도 지적했다. 그는 "여러 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러한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