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위축에 구인 광고 줄었다‧‧‧‘6연속 금리인하’ 꿈꾸는 시장
연준 자극하는 강한 고용→수요 본격 둔화 긴축이 노동수요 억제‧‧‧고용 및 무역 부진 ‘침체 우려’ 미 국채 2‧10년물 금리 하락세 페드워치 “9월 금리인하, 내년 3%대 금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폭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던 강한 고용이 약세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1년여의 긴축정책이 ‘약발’을 받기 시작했다. 구인 건수가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도 올해 들어 최대 수준이다. 정책금리 경로를 선행하는 미 국채 금리는 하락을 거듭하더니 3%대에 안착했다.
불가피한 금리인하 환경에 시장은 올가을부터 연준의 피벗(pivot,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은 9월을 기점으로 연준이 6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통 큰 전망을 내놨다.
6일 여성경제신문이 미국 노동부 및 민간 고용정보업체의 구인 및 이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노동수요가 본격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월 구인 건수는 993만건으로 전월(1056만건) 대비 감소해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건을 하회했다.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비율도 1.67로 전월(1.90) 대비 하락했다. 2021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3.6%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의 둔화는 민간 보고서에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3월 민간 고용은 14만5000건 증가해 전월(26만1000건) 대비 크게 감소했다. 예상치(20만건)보다도 훨씬 밑돌았다. 제조업과 금융, 전문 서비스 부문 고용이 감소한 탓이다.
시장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고강도 긴축과 더불어 최근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에서 촉발된 은행권 불안에 따른 금융긴축이 노동수요를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넬라 리처든슨 AD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를 경기둔화 신호로 볼 수 있고, 소폭이지만 기업의 고용 축소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침체 징후는 서비스업 업황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노동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임금 상승으로 서비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전체 물가에 대한 꺼지지 않는 땔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를 기록하며 3개월래 최저치를 찍었다.
PMI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수축으로 나눈다는 점에서 여전히 확장 국면이다. 그러나 블룸버그 전망치(54.4)와 다우존스 예상치보다 하회했고 3월 ISM 제조업 PMI가 46.3을 기록했기 때문에 미국 경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2월 미국의 무역수지는 705억 달러 적자로 전월(-687억 달러) 대비 늘었다. 이는 4개월래 최대 수준이다. 이번 결과는 원유 수출국인 미국 입장에서 유가 하락 및 소비 부진 등이 무역 적자를 견인했다. 수입(3217억 달러)과 수출(2512억 달러)모두 전월 대비 각각 1.5%, 2.7% 감소했다.
연준의 긴축 실탄 vs 시장 금리인하 기대
“금리 정책 이제 약발, 침체라기엔 일러”
업계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와 수입과 수출의 동시 감소, 대내외 수요 약화 등이 미국의 경기둔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연준은 긴축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인 물가 2%를 언급하고 있다. 메스터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소폭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며, 해당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5월 FOMC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발언했다. 메스터 총재는 인플레 목표 달성은 2025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 발언에도 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통화정책을 선반영하는 미국 국채 추이를 보더라도 지금까지 했던 고강도 긴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이달 들어 3%대에 안착했다. 2년물은 미국의 강한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에 지난달 8일 최고 5.0840%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5일 뉴욕채권시장에서(현지시각 오후 11시 49분 기준) 미국 2년물 수익률은 3.7613%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같은 시간 3.2980%로 작년 9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시장은 연준이 올가을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내년 봄까지 무려 ‘6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대비된다. 이는 현재 미국 경기 불황이 심상치 않음을 방증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는 “경기둔화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현행 연방기금금리(4.75~5.00%)가 7월까지 유지된 후 9월, 11월, 12월, 내년 1월, 3월, 5월까지 6회 연속 0.2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침체 판정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전보다 약간 위축된’ 상태로 연준의 긴축 효과가 이제야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방향성 자체는 미국 경기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침체라고 보기엔 이르다”라며 “연준이 이러려고 그동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경기가 둔화돼야 물가가 떨어진다. 1년여 동안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았나. 이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