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인] "여성 공천 확대 위해 당협위원장 기득권 혁파해야"
[신년기획] 세상을 바꿀 여성 정치인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여론조사 전문가로 정치권 입문 "상시 당무감사와 인재영입 필요"
국민의힘이 새로운 지도부 출범으로 정상적인 여당 체제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중심엔 김행 전 비대위원이 유일한 원외 여성으로 있었다. 그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소신을 밝히고 전국 현장을 다니면서 우먼 파워를 보여주며 당 지지율 회복에 기여했다.
김행 전 위원은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사회개발연구소'에서 근무한 여론조사 전문가다. 90년대 중앙일보에서 여론조사 관련 글을 쓰는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2002년 대선 정몽준 후보 캠프에 합류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에 단일화를 내준 것은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그는 이후 위키트리 부회장으로서 언론계에 소셜 뉴스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정치권과 멀어지는가 싶더니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했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다. 국민의힘에 다시 돌아온 건 그의 정치 경력 인생에 세 번째 페이지에 기록을 남긴 것이다.
김 전 위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겪은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압승, 전당대회 흥행이라는 이면에 어두운 면도 있었다. 그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가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보수정당으로서 역사적 계보를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신인, 청년, 여성에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국민의힘에서 1년간 활동을 마친 소감은.
"작년 3월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을 3개월 동안 했는데 일단 선거 결과가 좋았으니까 서울시하고 경기도에 지방의원을 상당히 차지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차기 총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방 권력을 민주당이 잡은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면 굉장히 어려운데, 다행스럽게 지방선거가 먼저였다. 지방 각 기관과 시민단체에 당의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어서 총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9월에 다시 비대위원으로 들어와 6개월을 했다. 친윤 강화라고 하지만 당정 일체가 돼야 책임지고 일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그에게 3·8 전당대회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그는 김기현·안철수 2강 구도에서 1강으로 흐름이 바뀌는 시점을 먼저 감지했다. 초기에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결단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지도부의 중립을 지키면서도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당심이 변화했다는 것을 봤다.)
—전당대회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역대급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이제는 100만 당원 시대이기 때문에 당을 이끌 리더를 당원이 뽑는 게 맞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완전히 이재명이 누구하고 싸웠는지 모를 정도로 일방적이었던 거에 비하면 흥행 요소가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프레임이 잘 만들어졌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결선투표를 못 간 게 아쉽겠지만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는 연설을 했더라면 향후 정치 행보에 더 좋았을 거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당 개혁 방안은.
"상시 당무감사와 상시 인재 영입, 이 두 가지가 정말 필요하다. 공천하면서 느낀 게 1년에 한 번씩 조강특위를 하고 또 사고 당협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선거를 앞두고 바로 하니까 당무감사 자료도 너무 없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지난 3년 동안 당무감사를 안 했다. 기업에서도 반기별로 직원 평가를 하는데 국가 인재를 3년 만에 평가하는 게 말이 되나. 오는 5~6월부터 당무 감사한다고 하는데 정말 잘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비례대표 선발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여성 정치인 비율이 낮은데 공천 과정의 문제점은.
"지구당 당협위원장에 너무 많은 권한과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기초의원을 그냥 자기 보좌관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공천을 주는 게 만연하다. 경쟁 상대인 사람 복당을 허용 안 하기도 하고. 그러니 다들 당협위원장한테 잘 보이려고 한다. 이런 시스템에 여성은 구색 갖추기로 들어가는 거다. 그 여성도 진짜 정치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람인가 한다기보다는 선거 때 도움받았던 사람이 다수다. 그러니까 오픈된 경쟁 시스템이 아니라서 낙후돼 있다.
능력만 본다고 해도 애초에 동등하지 않다.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남성이다. 그 사람들이 원외로 뛰면서 책임당원 명부도 갖고 있어 지역 관리 다 하고 있는데 그걸 무슨 재주로 정치 신인과 여성이 이기겠나. 우리나라는 이미 정치권이 아닌 문화예술계 등 분야에 여성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정당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예 가산점을 많이 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시스템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긍정론도 있다.
"그게 우리가 제일 속기 쉬운 거다. 당원들이 당협위원장을 뽑는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건데 하향식보다 낫다는 건 거짓말이다. 당협을 꽉 잡고 있는 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이 문제다. 내가 2016년 총선 경선에서 떨어져 봐서 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온 이제는 완전히 획기적으로 개방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동안 과감한 개혁을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된다.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내각 절반에 여성 장관을 기용했다."
—민주당이 예전에 비해 무력해 보이는 이유는.
"지금 친명이건 비명이건 반명이건 간에 이재명 대표가 좋아서 붙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지금도 다 공천권 거래하는 거 아닌가. 공천 TF를 만들어 비명계를 다 넣는다는 거? 그래봤자 이 대표가 다 하고 의미가 없다. 모양만 만들어 놓은 거다. 민주당도 시끄러워서 당무 감사하기 어려울 거다.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든지 자기가 감옥에 안 가려면 공천권을 주고 국회의원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거다. 무리하게 당무감사 하면 당이 깨진다. 거기도 완전히 개방주의로 가야 한다.
정당 여부를 떠나서 우리 정치에서 이재명은 제거해야만 하는 독버섯이라고 난 생각한다. 민주당은 그래도 1955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통성을 가진 진보 정당이잖느냐. 그 정신을 김대중, 노무현이 이어온 건데 이재명은 무슨 관련이 있나. 굴러 들어온 돌인데 아수라판처럼 민주당을 잡아먹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정통성을 갖고 민주당에 입문해서 정치를 한 사람들이 공천권에 매달려서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환경에 대해서 정말 환멸을 느낀다. 이재명이 야당 대표여서가 아니라 우리 당하고도 문제이지만 민주당에 독버섯을 피웠다."
—그동안 저격수를 도맡아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이 거센데.
"원래 정치는 피아 구분이 분명한 직업이다. 인기 연예인이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나를 응원해 주는 보수 지지층도 있는 반면, 나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다. 영어로 표현하면 provocative(도발적)이면서도 양면적이다. 여하튼 정치인은 무플이면 관심이 죽으니까 더 문제다. 어차피 과반 싸움이다. 51%를 얻는 싸움. 국민의힘하고 민주당하고 지향점이 너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한일 외교 이후 부정 평가가 늘었는데.
"역대 모든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풀려고 애를 썼다. 오직 예외적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뿐이다. 윤 대통령이 담대한 결정을 한 거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일왕을 천황이라고 부른다는 조약까지 들어가 있다. 그러면 그거는 정말 친일 생각일까? 김대중-오부치 정신을 이재명 대표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 계승한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다.
요즘 MZ세대가 일본과 교류를 더 활성화한다는 것을 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는가. 이재명 대표가 자위대가 다시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자위대를 허용하겠나. US뉴스월드리포트를 보면 '강력한 국가' 순위에 한국이 6위고 일본이 8위다. 우리가 일본보다 열등한 위치가 아니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자존감을 갖고 극일 외교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향후 활동 계획은.
"인터뷰 주제가 세상을 바꿀 여성이라는데 내가 뭐라고 거기에 맞나 싶다. 일단 휴식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언론사도 창립하고 많은 분야의 일을 해봤지만 내 의지를 갖고 도전했다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 전당대회 끝나니 언론에서 여의도연구원장 물망에 올랐다고 하던데, 결국 박수영 의원이 임명된 건 잘 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