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KT 지배구조 개입 예고 국민연금···조규홍 복지부 장관 의중은?
일반주주 낙하산 인사 반대 외치는데 주주권 행사 압박 이어가는 국민의힘 기금운용위원장 조규홍 장관 의중 관심
사상 초유의 KT 경영 마비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KT 경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5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KT 지분 10.0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적극 개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개입한다면 기금운용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중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KT 정상화 절차는 ①신규 사외이사 모집 ②1차 임시 주총서 정식 선임 ③차기 대표 후보 선임 ④2차 임시 주총서 정식 선임 순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KT가 국내 및 미국 증시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절차를 거쳐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이 완료되기까지는 5개월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대표 직무대행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체제로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TF'가 꾸려질 예정이다. 앞서 사퇴 의사를 밝힌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도 일시 이사 자격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현안을 해결해보자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국민연금·현대자동차·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하고 33.93%에 달하는 일반주주(개인 및 기관)는 '낙하산 금지'를 규정하는 정관을 따로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도 정치권이 외부 인사를 내려 꼽는 것에 부정적이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부인사 출신 최고경영자(CEO) 자체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면서 국민연금의 개입을 압박하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KT를 비롯한 소유분산기업은 CEO 선임부터 투명성을 높여야 하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그 방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KT 지분 10.0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도 경영참여 명분은 있다.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은 일반투자 목적으로 KT 주식을 보유 중에 있다. '일반투자'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KT 경영참여, 기금운용위 별도 결정 필요
기금운용위원장 조 장관 "개입 생각 없어"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여부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 결정 사안이다. 동시에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중점관리 대상 기업이 된다. 중점관리 대상 기업에 대한 주주제안 실무는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맡고 있다. 비공개 대화→비공개(또는 공개) 중점관리→주주제안 등 단계적 절차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책임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사의 임원에 관한 결정은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금운용위 별도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KT가 향후 TF 구성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주요주주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권한을 가진 기금운용위 입김이 후보 선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끄는 포인트다.
다만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수탁위를 통한 정상적인 주주제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려진 남양유업 길들이기 사례를 보면 대화 대상기업(2016년 6월)→비공개중점관리기업(17년)→공개중점관리기업(18년) 선정→정관 변경 주주제안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이 KT와의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이런 과정을 단숨에 건너뛰는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이라는 예외 치침을 발동할 가능성도 높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비공개(또는 공개) 관리 절차 없이 곧바로 주주제안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비공개 대화 여부는 공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최대주주로서 의견을 표시할 권리는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재계 안팎에선 KT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여부가 기금운용위 위원장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결정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9일 조 장관은 KT 주주총회에 앞서 열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의 개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할 의도도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현재까지 기금운용본부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차원에서 KT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KT와 포스코를 직접 거론하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개인적인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