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짜 점심’ 경계령 나오는데‧‧‧600억 휴가비 내주는 韓

추경호 “재정 투입해 153만명 관광 지원” 싸늘한 여론‧‧‧‘文이 하던 거 다 따라 한다’ 美도 재정 확대 논쟁 6.9조달러 예산 반대 “SVB 사태 문제 본질? 고금리에 돈 풀어”

2023-03-30     최주연 기자
미국의 경기 침체가 확실시되면서 ‘공짜 점심’(재정 확대)에 대한 경계가 수면 위로 올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의원들은 3월 초에 보편적 무상 학교 급식 프로그램 연장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결식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을 돕는데 총 9억 달러가 넘는 예산안에 투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노스빌레리카의 하지르 초등학교의  점심 식판 /EPA=연합뉴스

미국의 경기 침체가 확실시되면서 ‘공짜 점심(재정 확대)’에 대한 경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예산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고금리 기조 변화와 맞지 않는 돈 풀기가 근본적인 이유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600억원 휴가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안 잠잠하던 정부의 돈 풀기가 시작된 셈이다. ‘조삼모사’ 격의 일시적인 정책이라는 비난과 동시에 정부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앨리슨 슈라거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8일(미국 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은 SVB 사태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SVB 사태는 기존의 저금리 기조가 고금리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경영진이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면서 발생했다”며 “이는 비단 SVB 경영진뿐 아니라 미국 연방 정부도 주의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6조9000억 달러 규모 예산안을 가리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내년 예산으로 한화 9100조원 규모를 요청했다. 2016년 18조 달러였던 연방 채무는 현재 31조 달러(4경원)에 이른다.

슈라거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적자 확대는 궁극적으로 민간 부문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한다”면서 “최근 프랑스의 연금 관련 대규모 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복지혜택 축소(재정지출 축소)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임을 보여준다. 우리의 집단적인 공짜 점심(collective free lunch)도 끝났다”고 선언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표현은 특정 이익을 얻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대가)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실제 나랏돈이나 복지 혜택의 남용은 인플레이션이나 국민이 지급해야 할 세금 증가로 직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내년 예산으로 한화 9100조원 규모를 요청했다. 2016년 18조 달러였던 연방 채무는 현재 31조 달러(4경원)에 이른다. /AFP=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는 역대 미국 정부 중 가장 좌파적인 성격을 가진 동시에 재정 확대 정책을 쓰고 있다”며 “다만 하원이 공화당으로 넘어가서 예산 통과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상황에 미국에서 인기가 없는데 선거용 립서비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 진작 위한 휴가비 600억원 지원
‘2000조 GDP’ 韓 경제 도움닫기 '글쎄'

한국도 침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 동원이 이미 시작됐다. 휴가비 지원이 대표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타깃으로 관광업을 찍은 것이다.

총 153만명에게 여행비 및 휴가비를 지원한다. 내용을 보면 1인당 숙박비 3만원씩 총 100만명, 유원시설 입장료 1만원씩 총 18만명, 휴가비 10만원씩 최대 19만명에게 지급한다. 전국 130개 이상 지역축제 확대와 소비 쿠폰 지급, 전통시장 테마 상품도 개발한다.

정부는 올해 방한 관광객 1000만명 이상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22개국을 대상으로 전자여행허가제(K-ETA)도 면제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여론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원 규모가 실제 여행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지원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또 물가 잡겠다는 금융당국과도 엇박자라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물가 잡을 생각이 없다”, “공공요금이나 내리라”, “휴가비 지원하려는 153만명은 누구인가”, “문재인 정부가 하던 거 다 따라 한다” 등 비판 의견이 많다.

학계와 재계는 지켜보자는 쪽과 비판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내수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라며 “다만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잡았는데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5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총리 주도로 관광 입국을 홍보하고 있다. 오픈 카지노와 무비자 정책을 시작으로 ‘관광 입국 추진 각료회의’와 ‘관광 비전 구상 회의’에서 다양한 관광 육성안을 내놓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진작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라 본다”라며 “다만 문재인 정부처럼 1200조씩 나랏돈을 풀어도 근본적인 경기 활성화에 도움 되지 않았던 때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반도체, 철강 등 기간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이 더 중요하며 이는 환율을 낮추고 서비스 산업을 동반 성장시킬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600억 지원이 한국 경기 활성화에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일시적으로 600억원 쥐어줘서 GDP 2000조원을 넘어선 한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600억원 세수가 쓰이던 기존 지출을 감소시키거나 결국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조삼모사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수 진작 위해서는 소비를 못 하게 하는 규제를 개혁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라며 “규제개혁→투자→일자리→소비자 수입 증가→소비 진작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부가 경제문제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