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조현천, 5년여 만에 웃으며 등장
"계엄 문건 본질 규명되고 의혹 해소되기를 기대"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출국한 지 5년여 만인 29일 귀국해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병주 부장검사)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비행기에 탑승해 이날 오전 6시 34분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한 뒤 마포구 서부지검 청사로 압송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조 전 사령관은 도주 이유를 묻자 웃으면서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귀국 이유에 대해서는 “책임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기 위해 귀국했다”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 문건의 본질이 잘 규명되고 국민이 가진 의혹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없다면 귀국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설명했다.
윗선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조 전 사령관은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문건을 보고했는지 묻는 말에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답했다. 탄핵 정국 당시 청와대에 들어갔냐는 질문에도 수사 과정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시절인 2017년 2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만들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시 무장 병력 등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조 전 사령관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윗선에 보고한 혐의가 있다.
문건 존재는 2018년 7월 이철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등의 폭로로 알려졌다. 군·검 합동수사단이 조 전 사령관 등을 수사했으나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아 기소중지 처분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줄곧 수사를 피하며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조 전 사령관이 돌연 귀국 의사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기획 입국’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계엄 문건을 둘러싼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전 사령관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과 기우진 전 기무사 5처장은 2019년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은폐 목적으로 계엄 검토 문건을 훈련 비밀로 생산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소 전 참모장과 기 전 처장은 1심 선고 후 예편해 민간 법원에서 2심을 받는 중이다. 또 당시 군 지휘 윗선이었던 한 전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