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8시간에 숨진 내 아들"···유족 소송에 쿠팡 '소용돌이' 속으로
쿠팡 직원, 주 58시간 근무에 과로사 공단, 업무 과다로 산재 인정한 판정 유족 "배상 요구 쿠팡서 거절" 입장에 쿠팡 "민노총서 사실 왜곡했다" 부인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로 숨진 고(故) 장덕준 씨(당시 27세) 유족이 쿠팡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장씨의 유가족이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상대로 회사 책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책위는 "쿠팡은 노동자가 야간 교대 작업 등을 할 때 예방 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고인의 과로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사망자 장씨 어머니 박미숙 씨는 "2년 넘게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 왔으나 쿠팡 측은 지난해 12월 관련 논의를 더는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소송한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2020년 10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후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장씨는 숨지기 전 3개월 동안 매주 평균 58시간 38분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근무 기준으로 하루에 약 12시간가량 근무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2월 장씨에 대해 업무시간 과다·야간근무·중량물 취급 등 과로에 시달렸다며 산업재해 판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중대재해 사망 사고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재발 방지대책을 충분히 수립한다고 했지만 최근 벌어진 중대재해사고를 보니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어야 하냐"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쿠팡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유가족의 협상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이 정치적 목적으로 지속해서 사실을 왜곡해 왔다"며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반복되는 허위 주장을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업계를 비롯한 국내 사업장에서 가장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곳 중 하나"라며 "쿠팡은 창립 후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이 단 한 건도 없는 반면 같은 기간 물류운송업계 업무상 사고 사망은 900건에 달한다"고 민주노총의 주장을 부인했다.
어머니 박씨는 이날 오후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근로 시간 개편 관련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해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허용하는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술·담배 안 하는 건강한 20대 청년도 1년 4개월간 야간근무를 하면 죽을 수 있다"며 "주 60시간이 채 안 됐지만 아들은 일하다 죽었다.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데 왜 아무도 규제하려 들지 않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이 주 69시간이 와전됐다면서 뒷걸음질 칠수록 MZ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이동근 한국경영진총협회 부회장 등을 만나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 방침을 소개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경제계는 연장근로제를 무력화시키는 더불어민주당식 입법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