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무슬림 소녀의 '한국에서 살아남기'
한국서 배척당하는 무슬림 이슬람교=테러 "사실아냐"
돼지국밥 돼지고기 천국 한국에서 이 프랑스 소녀는 하루 세끼 때우는 일조차 고역이다. 만두나 김밥을 시켜도 '돼지고기 들어갔나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한국 나이 24살 하스나(Hasna)는 무슬림 볼모지 한국에서 이렇게 5개월을 더 버텨야 한다.
무슬림. 한국인에겐 생소한 종교다. 탈레반이나 IS 등 테러 단체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어딜 가든 무슬림이라고 말하면 다시 쳐다본다. 반면 하스나가 살던 프랑스 파리에선 무슬림이 워낙에 많다 보니 어느 식당에 가든 돼지고기를 빼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시선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아랍계에서 시작된 무슬림 즉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은 한국 인구 중 0.4%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곳에서 무슬림은 소수자일 뿐만 아니라 종종 차별과 오해의 대상이 된다. 더욱이 올해 3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무슬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행사인 라마단 기간을 하스나는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라마단은 무슬림 최대 연례행사로 약 한 달가량 금식 기간으로 육체적 욕망을 최소화해야 하는 일명 '수련' 시기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않는다. 한국에서 라마단을 보내고 있는 하스나에게 여성경제신문이 무슬림이 한국 사회에 섞여 사는 법을 물어봤다.
먼저 하스나는 한국에서의 무슬림 고정관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문제를 일으켰던 탈레반과 IS 등 테러리스트가 이슬람 종교로 정의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슬람=테러리스트?
"IS나 탈레반이 말하는 이슬람은 우리가 믿는 이슬람과 전혀 달라요. 그들은 그냥 테러리스트일 뿐입니다. 테러의 정의는 정치적 입장과 그 범위의 설정에 따라 달라져요. 유동적인 정의로 인해 같은 사건도 테러 혹은 총격 사건으로 언론 보도되곤 해요. 중요한 것은 무슬림이라고 해서 테러리스트일 확률이 높다거나 테러리스트일 확률이 낮다 이렇게 보는 시각은 맞지 않은 거예요."
실제 미국 FBI 통계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5년 사이 94%에 달하는 테러 공격은 비이슬람교도에 의해 발생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형사경찰기구(Europol) 자료를 보면 2009년 유럽에서 발생한 249건의 테러 사건 중 이슬람교도에 의한 테러는 단 한 건이었다. 2010년 유럽에서 발생한 294건의 테러 사건에서도 이슬람교도에 의해 발생한 테러는 단 세 건뿐이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글로벌테러리즘데이터베이스(Global Terrorism Database)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총 17만 건에 달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그리고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8억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선 무슬림이 흔치 않으니까 일상생활을 통해 무슬림에 대해 배우긴 힘들 거라고 봐요. 매체를 통해서 무슬림을 배워야 하는데 뉴스에서는 무슬림을 테러 혹은 사건 사고와 연관 짓곤 해요. 그래서 한국인에게 무슬림 하면 정적이고 이국적인 다가가기 힘든 색채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을 '여성을 낮게 보는 종교' 혹은 '히잡을 써서 억압하는 종교', '무엇보다 '외국 종교'라고 생각하더군요. 특히 외국인이 이슬람을 믿으면 '아 그렇구나' 하는데 한국인이 이슬람을 믿으면 '아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라는 거죠."
이슬람 신자를 보면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감싼다. 이를 히잡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여성 인권 억압으로 보는 시각도 한국에선 적지 않다.
—무슬림으로서 차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히잡을 종교적인 관점으로만 단순하게 해석하면 안 돼요. 히잡은 이슬람의 전유물이에요. 천주교 수녀님들을 예로 들어볼게요. 수녀님들도 미사를 보면 이쁘게 스카프를 쓰고 가잖아요. 이슬람 남자는 하얀색 모자를 꼭 착용해야 해요. 남자도 히잡이 있어요. 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기도 해요. 중동 지역은 고온 건조형 기후라서 직사광선이 머리에 닿지 않기만 해도 시원해요. 모든 종교마다 각자 전유물에 대한 역사가 있는데 무슬림에만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모든 사회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예요. 일부 무슬림 남성이 여성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예를 들어 볼게요. 이슬람교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을 리 없어요. 각 나라의 상황을 보면 비무슬림 남성에 의한 성폭력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요. 오히려 이슬람교는 여성의 지위를 제고했어요. 여성은 공격에 직면하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지 않으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교육받고,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있어요.
또한 한국에서 살면서 무슬림으로서 음식을 고를 때 큰 어려움을 느껴요. 무슬림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어요. 돼지고기가 대표적이예요. 우리가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을 ‘할랄’이라고 하는데 유럽과 달리 한국에선 할랄푸드를 인증하는 적절한 기관이 없어요. 음식 성분을 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죠. 할랄푸드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워요."
—무슬림은 주로 어떤 종교활동을 하나.
"이슬람교는 하루에 5번 예배해요. 이건 의무예요. 바쁘더라도 꼭 예배해야 하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아요. 기도마다 5~10분 정도면 충분해요. 무슬림 사회에선 어린 시절부터 하루 5번 기도가 일상이기 때문에 전혀 특별할 건 없어요.
다른 의무 중 하나는 자선활동의 일종인 자카트(Zakat·희사)예요. 이는 사회를 평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돼요. 기도하러 사원에 갈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해요. 사움(Sawm·단식)이란 것도 의무예요.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 전 세계에 있는 무슬림들이 일출부터 일몰까지 단식해요. 라마단 시기는 이슬람력에서 가장 상서로운 달 중 하나예요. 라마단 기간 중 우리는 타인에 대한 공감, 겸손, 이타성 등을 배워요."
—무슬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미디어가 무슬림과 관련, 여러분께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디어 영상이나 기사 등은 광고주가 누구냐에 따라 악당을 영웅으로, 영웅을 악당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이슬람교를 접해야 해요. 이런 방식이 이슬람교를 잘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주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