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MZ 눈치 보다 尹 노동개혁 실패···文 52시간보다 줄어들 판

하루 8시간 상한···주52시간제와 동일 분기·연 단위 비례감소 적용시 더 감소 中企 추가 근로 8시간 입법도 어려워 MZ환심 사려 뒷걸음→경영상황 악화

2023-03-27     이상헌 기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자료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52시간제를 탄력 적용하는 근로 시간 개편안을 MZ 노조가 반발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주 69시간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뒷걸음질 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 개혁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익집단 △관료조직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이 굳어지면서 실패로 치닫고 있다.

25일 여성경제신문이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개편방안 질의응답(QnA)에 근거해 MZ 노조가 주장하는 법정 근로 40시간 원칙을 적용한 결과, 문재인 정부의 주52시간제보다 오히려 근로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MZ 노조는 주52시간제에서 연장근로 12시간을 뺀 주 40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인 만큼 연장근로를 관리 시간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당 모델을 개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연장근로 12시간이 포함된 주52시간제를 기준으로 관리 단위를 조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앞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시뮬레이션 결과 하루 최대 노동 가능 시간을 13시간으로 잡았다. 하루 24시간에서 이를 빼면 11시간 연속 휴식 가능 시간이 나온다. 여기에 8시간마다 1시간, 4시간마다 30분 주어지는 휴식 시간을 더하면 12시간 30분의 일 하지 않는 시간과 11시간 30분의 일하는 시간으로 구분된다.

주6일제를 가정하면 최대 69시간의 노동시간이 계산된다. 일거리가 많을 때 한꺼번에 일하고 쉴 때는 쉬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과 일치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7일 입법 예고됐다. 노사 합의 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총량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추가 선택지도 담겼다. 이와 함께 총량 관리 도입 시에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는 등 건강 보호조치도 보편적으로 의무화했다.

그런데 반전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일어났다. 지난 19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정협의회에서 "69시간이라는 극단적이고,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입법 예고 시까지 MZ세대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당과 함께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의 입법예고 기한은 4월 17일까지다. 이런 가운데 청년유니온 등 MZ 노조는 이정식 장관을 만나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 노동시간은 8시간이라고 못 박았다. 결과 정부로선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40시간밖에 남지 않게 되는 함정에 빠졌다.

지난 2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연장근로 12시간 관리마저 포기
주52시간제 더 공고, 유연화 물 건너가
법 개정할 이유도 없어졌는데 논의만?

하루 24시간에서 일하는 8시간을 일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정하면 기본적으로 연속 16시간 휴식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1시간 30분의 휴식 시간을 더하면 17시간 30분의 일하지 않는 시간과 6시간 30분의 일하는 시간으로 나눠진다. 주5일제를 적용하면 일하는 시간은 주 32시간 30분으로 더 줄어든다. 주6일제 적용시 주 40시간인데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하면 주 52시간이 나온다. 기존 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당초 주 최대 69시간도 예전보다 관리 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했을 뿐, 변경 전과 총량은 동일하다. 69시간에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빼면 연장근로 29시간이 나온다. 월 연장근로 한도는 52시간인데 둘째 주에 23시간의 연장근로를 써버리면 셋째 주와 넷째 주 또는 다섯째 주에 사용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은 소멸한다.

고용부가 발표한 근로 시간 개편방안엔 이 같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할수록 비례적으로 더 감소시키는 내용도 추가됐다. 월 단위 연장근로는 감소 없이 최대 52시간이지만, 분기는 156시간의 90%인 140시간, 반기는 312시간의 80%인 250시간, 연은 625시간의 70%인 440시간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다시 말해 MZ 노조가 주장하는 주 40시간 원칙에 비례감소 개념을 반영하면 근로 시간 유연화는커녕 문재인 정부 때보다 일하는 시간만 더 줄어든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분기 단위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월 단위 대비 90~70%로 감축하도록 한 점은 근로 시간 유연화의 취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이 같은 노동 개혁 실패를 국정홍보 부실 탓으로 돌리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 60시간 캡'을 씌우자는 윤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유준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은 "연장근로시간 유연화를 원하는 노동자는 없다"면서 "주 69시간 상한이 낮아지더라도 결국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 이런 가운데 주52시간제 벽에 막혀 종업원 수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만 8시간 추가 근로 연장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일몰돼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 20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를 2024년까지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정부·여당의 역량으론 국회를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본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과 추가연장 근로 8시간을 더해 주 최대 60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는데 지난해 여당이 입법을 포기하면서 인력난이 현실화했다"며 "정부가 일하기 싫어하는 MZ 환심을 사려고 뒷걸음질 치는 사이 현장의 경영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