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 칼럼] 왜 사람은 사이비 종교에 현혹되는가?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언변·눈치·신념 사로잡힌 人 교주 현실의 도피처가 되는 사이비 종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나는 신이다’는 스스로 신이라고 칭하는 정명석, 이재록, 김기순, 박순자 등의 인물과 피해자의 증언을 생생하게 다뤘다. 특히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정명석이 저지른 만행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터트렸다. 사이비 종교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어떤 자가 사이비 교주가 될까? 사이비 교주의 특징은 뭘까? 사람들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걸까?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석해 본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장차 사이비 교주가 될 씨앗을 지닌 사람은 따로 있다. 관상(觀相)을 보면 알 수 있다. 관상 속에는 수많은 정보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비 교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관상은 일반인 관상과 다르다. 사이비 교주의 특징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뉜다. 이 글에서는 보이는 특징 위주로 거론한다.
사이비 교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우선 눈치가 빠르다. 상대의 심리를 잘 이용한다.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뻔뻔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언변이 뛰어나다. 말이 빠른 경우가 많다.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다. 남을 속이는 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자기가 옳다는 신념으로 무장하고 산다. 언행에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성향을 다수 지닐수록 사이비 교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이비 교주들의 관상(觀相)을 보면 독(毒)을 품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독을 지닌 사람들은 겁이 없다. 그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모하거나 상상 못할 일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 그 독은 가장 가까운 신도들에게 먼저 향해 큰 상해를 입힌다. 결국 신도들은 자신의 인생은 물론 자신들이 그토록 구원받기를 바라는 영혼까지도 파괴당한다.
사이비 교주와 사기꾼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같은 뿌리에서 솟아났지만 가지만 다를 뿐이다. 사기꾼은 주로 소규모로 움직이며 특정 대상을 상대로 속인다. 사이비 교주는 그룹을 만들어 움직이며 대상을 가리지 않고 현혹시킨다. 사이비교주와 사기꾼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다만 사기꾼은 사이비 교주가 되기 어렵고, 사이비 교주는 언제든지 사기꾼으로 업종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사이비 교주는 '어설픈 신기(神氣)'를 지녔다. 흔히 신기가 많으면 무속인의 길로 빠진다. 그러나 어설픈 신기를 지닌 자는 무속인의 길로 빠지지 못한다. 의뢰인이 찾아와 운명을 물어봤을 때 대답을 못하고 들통나기 때문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듯이 어설픈 신기를 지닌 사이비 교주가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사이비 교주는 자신만의 왕국이 건설되면 신도들에게 쉬지 않고 강요하는 특징이 있다. 여왕개미가 페로몬을 내뿜어 일개미들을 끝없이 복종시키는 과정과 비슷하다. 신도들은 일개미처럼 죽을 때까지 복종하며 일만 하다가 허망한 인생으로 끝난다.
사이비 종교에 현혹되기 쉬운 사람들의 특징도 있다. 정신적으로 방황했던 사람,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 가정불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 정신력이 약한 사람 등이 사이비 종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삶이 힘들어 구원을 믿고 현실의 도피처로 삼는 것이다.
의외로 학력이 높거나 전문직,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들도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한다.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지식인들은 생각 외로 사안을 합리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양한 책을 접한 지식인은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오랜 시간 한정된 분야의 서적을 가까이한 경우는 확률이 높아진다. 오히려 이론에만 몰두해 현실 세계를 모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믿는 것이 옳다는 아집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교주가 옳은 말 한 가지를 말하면 나머지 전체를 인정하려고 한다. 이때부터는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으며 오직 교주만 바라본다.
사이비 종교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세상을 향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설령 태풍이 닥쳐 초토화됐어도 자신을 기둥 삼아 다시 재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나 구원을 기둥 삼아 의지하면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영혼을 의탁해야 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정신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 인생을 송두리째 교주에게 빼앗기게 된다.
사법부에서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고 언론에서 떠들어도 사이비 교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기꾼도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사이비 교주에게 현혹되는 사람의 비율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잠시 잠복기에 들어갈 뿐이다.
사이비 교주를 아무리 구속하고 죄를 심판해도 사이비 교주의 총량은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암 덩어리를 잘라내도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현상과 비슷하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순리다. 중요한 것은 사이비 교주를 빨리 알아보는 안목(眼目)과 지혜를 지니는 것이다. 사이비 교주를 완전히 없애는 비방약(祕方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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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