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믿고 의지했던 모 실장이 사장을 떠나는 이유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모든 직원의 업무 결과는 리더의 역할이자 책임 조직 내 많은 이슈 내 시야 안에서 볼 수 있어야

2023-03-21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블레임’하는 화법은 역효과를 초래한다. 조직 규모가 작을수록 리더십의 역량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모 실장은 ‘사장님의 오른팔’로 불렸다. 강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사장의 신뢰를 받으며 지난 10년간 회사의 관리를 도맡아 해왔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은 모 실장에게 모든 관리 업무를 맡기고 주로 고객 영업에만 집중했는데, 최근 실무 담당 직원들이 연이어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보고된 퇴사 이유는 직원마다 달랐지만 마침 한 고객에게 ‘모 실장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자 사장은 모 실장을 불러 그의 직원 관리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에게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저희 회사 규모에서 10명이 넘는 직원들을 혼자 관리하며 제 업무까지 다 처리해야 하는 저의 입장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사장은 모 실장과 함께 일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그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모 실장을 믿고 의지해 온 만큼 직원 관리는 그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랐으며, 자신은 영업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모 실장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꼈지만, 실무자들이 줄퇴사하고 회사 업무가 마비되자 사장은 급기야 모 실장에게 ‘그동안 믿고 인사관리를 맡겼는데 네가 잘못해서 직원들이 계속 그만둔다’는 식의 질책을 하고 말았다.

한편 모 실장은 사장과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본인은 지난 10년간 사장이 제일 신뢰하는 직원으로 사장과 가장 가까이 일하며 사장을 대신해 수많은 업무와 직원 관리까지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뢰’이다. 사장이 자신을 그 누구보다 신뢰한다고 생각했고, 자신도 사장을 100%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퇴사가 모두 자신의 탓인 것처럼 질책하는 사장에게 큰 상처를 받았고, 신뢰가 무너지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피로가 몰려오며 더 이상 퇴사자들의 공백까지 메워가며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모 실장은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보다 사장을 떠나는 것이었다.

사장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사직서를 받은 대다수 사장들은 모 실장이 퇴사하면 벌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것이다. 모 실장을 설득하며 사직을 만류하거나, 아님 그동안 모 실장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와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한꺼번에 꺼내서 당장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사직서를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모 실장을 붙잡든, 보내야 하든 사장은 아쉬움과 고민덩어리를 안고 가야 한다.

사장은 믿고 의지하는 모 실장에게 인력 관리를 전적으로 맡긴 후 보고받는 것만으로 리더의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일까? 만약에 사장이 모 실장에게 상황을 보고받은 뒤, 질책과 비난 대신 다음의 대화를 했다면 어땠을까?

직원에게 고마움, 신뢰를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직원의 실수나 잘못으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요? 고민이 많았겠어요."

모 실장의 마음을 먼저 알아준다면, 모 실장은 사장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며, 결과에 대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직원들은 저마다 ‘나름 열심히 일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모 실장에게는 그것이 ‘사장과의 신뢰’였다. 그동안 그 어떤 직원보다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에 가장 큰 힘을 받고 일해 왔기에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오너십을 더 강하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모 실장처럼 만약 이 동기부여 요소가 깨지는 경험을 할 때, 직원은 업무 의욕을 상실하며 퇴사까지 고려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일까요?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미 벌어진 일에 연연하며 블레임(누군가를 비난하는 행위)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 등의 대화를 한다면, 사장이나 모 실장이나 혼자 안고 가는 큰 고민 덩어리를 잘게 부술 수 있을 것이다.

직원에게 고마움, 신뢰를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직원의 실수나 잘못으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하다. 질책하기보다 먼저 듣고, 직원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함께 해결하고 개선해 보자는 발전 지향적인 메시지를 담아 대화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직원마다 업무를 위한 ‘R&R(역할과 책임)’이 있듯이, 사장의 R&R에는 모든 직원의 업무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사장은 모 실장의 인사 업무 결과에 대한 상위 책임자다. 관리자를 질책하기 앞서, 사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더로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지만 지금 집중하고 있지 않은 조직 내의 많은 이슈들도 내 시야 안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직원 관리, 조직 관리는 담당자가 따로 있다는 생각으로 리더의 시야에서 아예 걷어내 버리면, 조직이 위태로워지거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결국 회사 일도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의 규모와 관계없이 리더십 역량을 끊임없이 길러야 한다. 오히려 조직 규모가 작고 성장하는 회사의 리더일수록, 모두가 일당백의 업무를 하는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리더일수록, 리더의 역량에 따라 조직 전체가 휘청하거나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 역량이 중요하다.

트렌드에 맞는 리더십 교육을 받으며 리더로서 역량을 키우는 일, 모든 직원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두루 살피고 배려하는 일, 직원을 향한 고마움, 신뢰, 진심을 직원이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일, 직원이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발전 지향적이고 현명하게 대화하는 일,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직원 개개인과 조직 전체를 아울러 보는 시야와 안목을 갖는 일 모두 리더의 역할이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