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피해자 상담사도 '만성 스트레스'

지원 기관 종사자 4명 중 3명 '번아웃'  폭력 피해자에게 영향 있어 지원 필요

2023-03-19     오수진 기자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4명 중 3명은 업무 중 만성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4명 중 3명은 업무 중 만성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경북여성정책개발원(김민아 책임연구원)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소진(번아웃)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성폭력 상담소 등 종사자 4명 중 3명 가량은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2년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672곳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인 '소진'을 겪은 적 있는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물은 결과, 설문 대상자 74.4%(692명)는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무에서 오는 소진 여부는 근무 경력의 연차가 높아질수록 심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년 미만 근무 경력 종사자의 경우 소진 경험 응답률은 절반(50%)이었고, 1년 이상 근무 경력을 가진 응답자는 75% 이상이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3년 이상~5년 미만 근무경력을 가진 종사자의 84.9%, 5년 이상~10년 미만의 근무 경력을 가진 종사자의 84.0%가 소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의 소진 원인은 '직·간접적 폭력 경험'과 폭력 노출에 따른 '대리외상'으로 분석됐다. 이용자들이 자살 또는 자해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많아 항상 불안과 걱정을 안고 지낸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소속 기관에 따른 소진 경험을 보면 성매매 피해자 지원 시설 종사자의 83.0%가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전 기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의 소진은 종사자의 인권과도 관련이 있으며, 폭력 피해 당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관 사업의 목표 달성과 관련이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천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