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 경영권 승기 잡았다···자금 출혈 우려에 하이브 후퇴
하이브 추천 사내이사 후보 사퇴 보유 SM 주식 처분 여부는 미정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카카오가 가진다. 주주가치 하락을 고려해 하이브가 플랫폼에 협력하지만, 인수권 분쟁에선 철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카카오와 합의한 끝에 SM엔터 인수 절차에서 빠지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분쟁 시장이 과열되자,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하이브는 이날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돼 SM 인수에 필요한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며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SM엔터의 주가는 10일 14만78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전일 종가는 15만4900원이었으며, 최고 16만12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8만원 후반에 주가가 형성됐던 것을 고려하면 한달 사이에 약 83% 올랐다.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예정된 주당 15만원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SM엔터의 지분율은 4.91%에서 39.91%로 끌어올리게 된다. 현재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 지분율은 15.78%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철수 결정에 카카오의 블러핑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는 "하이브가 얼마로 매수가를 올리든 우리가 더 올릴 의향이 있다. 하이브가 주당 22만원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리면 우리는 24만원까지 올릴 여력이 있다"고 단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부터 인수권 전쟁을 이어온 하이브와 카카오는 지난 10일부터 협상에 들어갔으며, 이날 오전 전격 합의를 발표했다.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 지분의 처리 방안은 이번 발표에선 제외됐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을 답변드리기는 어렵다"며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 블러핑 의혹에 대해서는 오로지 하이브의 주주가치를 고려한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달 말 예정된 SM 정기주주총회에 하이브 측에서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들은 사퇴할 예정이다. 이후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 하이브는 카카오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도 이날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SM의 글로벌 IP(지식재산권)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인수전)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