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3·1절 104주년인데···농업 대한독립은 어디까지?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농업에도 독립운동이 있다 46.8% 식량 자급율 높이고 K-푸드 위상 향상 필요하다

2023-03-04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2019년 7월 1일을 기억하는가. 그날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주요 부품 수출을 규제한다고 선언했던 날이다. 당시 아베 정권의 느닷없는 선언에 우려가 깊어지면서 각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였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식품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필이면 그날 필자는 일본에 있었다. 여러 농민들과 일본으로 벤치마킹을 갔다. 인천 공항을 떠나 일본 나리타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로비에서 숨을 돌리며 TV를 보는데 한국에 경제 제재를 하겠단다. 무척 짜증이 났다. 도로 귀국을 할까 사람들과 고민했다. 그래도 기왕 왔으니 일정을 시작하자고 하였다. 대신 일본 농촌을 두루두루 살피면서 좋은 것도 보고 좋지 않은 것도 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독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에도 있다. 우리 농산물에 대해 관심을 높여 식량 자급율을 높이고 K-푸드의 위상을 높인다면 농업 분야에서 진정한 대한독립은 올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농수산물의 교류가 많다. 비중으로 따지면 대일 농축식품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20%에 살짝 못미친다. 수입은 규모가 수출보다는 적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 데믹에 빠져 교역량이 줄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추세이다.

우리는 일본으로 김과 파프리카, 토마토 등을 많이 수출하고 그 외 화훼, 인삼, 참치, 김치, 담배 재료 같은 것들이 뒤를 따른다.

농산물에 관해서는 일본과 우리는 과거 수직적인 관계였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한국은 일본인을 먹여 살리는 값싼 생산 기지였다. 낮은 임금과 경비로 생산된 농수산물은 일본으로 투입되었다. 일본인의 식량으로, 전쟁 물자로 공급되었다. 곡물과 식량 수탈로 한국인은 늘 기아에 시달렸다. 군산의 조선척식주식회사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방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값싼 생산 기지 역할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한국 전쟁 이후 70년대, 80년대까지 제대로 된 농수산물은 거의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이기 때문에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중년층 중에 어렸을 때 전복을 먹어 본 사람이 없다. 귀한 먹거리는 모두 수출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값싼 것을 먹었다. 아니 먹어야 했다. 그래야 값싼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농산물과 수산물 수출이 활발했다. 돈벌이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었다. 을이 되었다. 일본이 수입 규제를 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국민 횟감인 ‘광어’도 일본 수입량이 떨어지니 양식업계가 난리가 났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타격이 크다.

그나마 우리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내수가 활발해져 의존도는 떨어졌다. 조금씩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한국산 농수산물에 관해서 예민하게 대해왔다. 2019년 4월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서 WTO에서 한국과 일본이 붙었다. 결과는 일본의 패소였다. 그후 지속적으로 한국산 농수산물 수입품의 검역을 강화하는 식으로 보복을 하였다. 한국을 견제하려 부품 소재 수출도 막았다. 지금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019년 7월 이후 한국은 일본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수출 규제하겠다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해서 국산화를 이루었고, 농산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수출이 늘었다. K-Food 열풍이 전 세계로 부는 덕분에 2022년에는 농식품 수출액이 88억 달러에 이르렀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었음에도 굉장한 실적을 보였다.

농촌 현장에서도 수출 감소 우려와 함께 많은 노력을 했다. 타격은 크지 않았다. 일본 대상의 신선 식품은 수출 금액이 2018년에 2억5000만 달러 정도라서 생각보다 규모가 적었다. 게다가 이익률이 높지 않아서 수출보다는 내수로 돌린 농가들이 상당히 많았다. 파프리카 농가들의 수출 99%가 일본임에도 큰 타격이 없었다. 교역은 교역대로 움직였고 내수 시장도 잘 공략했다. 코로나19가 한몫을 했다.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농업 분야의 독립 문제가 대두되었다. 우리나라의 농수산물이 일본 이외의 나라로 수출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되었다. 수출 시장이 다변화가 되어야 경쟁력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동안 꾸준히 팔아 주는 일본 중심으로만 수출 채널이 열려 있으니까 이런 돌발 상황에 당황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시장과 동남아 시장을 더욱 더 공략해야 했다.

뜻밖에도 동남아를 비롯한 미주, 유럽에서 수출이 터졌다. 지금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편의점에 한국 식재료가 있다. 한식당은 일식당만큼 늘어나고 있다. 한류가 크게 터진 것이다. BTS와 블랙핑크가 제대로 한몫을 했다고 본다.

몇년전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알혼섬이라는 오지에 간 적이 있다. 우연히 만난 러시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보다 더 한국 가수들을 잘 알고 있었다. 당황했다. 꼬마 아가씨가 나더러 BTS와 블랙핑크 노래를 왜 모르냐 하기에 나이 먹어서 그렇다고 했다. 한국인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고 음악 취향이 다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어쩐지 꼰대로 보여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몇년전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알혼섬이라는 오지에 간 적이 있다. 우연히 만난 러시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보다 더 한국 가수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진=김성주

올해도 농수산물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강력하게 선언하였다. 그러나 과연 수출만이 답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농업의 독립에는 일본 일변도의 구조 해결도 있지만 식량 자급이라는 것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6.8%이다. 2018년은 46.9%, 2019년 45.8%였다. 점점 줄고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의 50% 이상을 수입해서 먹고 있다. 점점 농업인과 농지가 사라지니 농산물 수확량이 적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변화로 수입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와중에 수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농산물 생산이 균형적이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난다. 전쟁 위협이 고조된다면서 식량 자급률은 줄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북한의 식량자급율은 75%나 된다. 경제 제재로 교역이 중단되어서 거꾸로 자급율이 높아진 것이다.

사실 농산물 수출을 들여다보면 수출 지원금과 같은 보조금에 의존한 부분이 상당히 크다. 매출과 양과 같은 실적에만 급급해서 실질적인 이익률을 보지 않은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으니 재고해야 한다. 식량 자급율을 더 높이고 내수를 더 튼튼히 하는게 필요하다.

다시 2019년 7월 일본으로 돌아가면, 일본 농촌을 조사하면서 많은 것을 발견했다. 굳이 우리 농업이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농산물을 못 먹어서 안달이 난 일본인데 더 가격을 올리고 우리가 물량 조절을 해야 할 판인데 그동안 너무 저자세였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일본 농업과 농산물에 대해서 숭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농업인들은 벤치마킹을 가면 대부분 일본으로 간다.

막상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농업의 수준은 우리와 비슷했다. 일본에서 잘 되었다고 칭찬받는 농장과 시설들은 대기업 수준의 농업회사가 만든 것이었다. 우리나라 농장은 대부분 가족농이 만든다. 비교에 무리가 있다. 규모가 비슷하면 수준도 비슷하다.

일본 주민들은 방사능에 노출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아무 꺼리낌 없이 유통하고 있었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외관과 내부가 깨끗한들 오염된 식재료를 쓴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우리나라 식품 산업도 독립에 대하여 고려할 것이 많다. 식품에 들어가는 수입 식재료를 보라. 특히 대기업 식품회사가 만드는 식품을 보면 거의 다 수입산이다. 몇년전 새우깡을 만드는 회사가 국산 새우를 쓰지 않고 미국산 새우를 쓰겠다고 했다가 어민들의 반발에 부딪친 적이 있다. 방침을 철회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봉지를 보면 국산 50%, 미국산 50%이다. 우리 먹거리의 독립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뉴스를 보니 일본 불매 운동은 사라진 것처럼 보도한다. 이번 겨울에 그렇게도 많이 일본을 갔단다. 올해로 104주년을 맞은 3·1절 경축 행사에는 일본의 식민지 강점에 대한 질책 대신 일본이 동반 파트너라고 연설문이 읽혔다. 글쎄다. 일본이 좋은 파트너이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본은 변하지 않았다.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이나 일본 제품을 사는 것은 모두 개인의 선택이니 강요할 것은 아니다. 또한 일본 불매 운동을 펼치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니 존중해주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독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에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에 대해 관심을 높여 식량 자급율을 높이고 K-푸드의 위상을 높인다면 농업 분야에서 진정한 대한독립은 올 것이다.